적당하니?
네가 다니는 유치원은 차암 숙제가 많아, 그렇지?
아주 늦은 시간에 듣고 싶은 노래를 흥얼거리고, 그 노래 가사를 받아 적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보고, 또 그림을 그리고, 엄마한테 귀 파 달라고 할 때는 기분이 좋다가도,
아주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숙제만 하자고 하면 잠이 갑자기 쏟아지고 집중하기가 어려워.
숙제는 누가 만든 걸까?
언젠가부터 나타난 숙제는 왜 나를 괴롭게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엄마는 네가 귀엽기도 하고, 앞으로 펼쳐질 학업을 떠올리며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하기도 해.
며칠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너와 엄마가 만나는 시간은 평일 오후 7,8시부터인데, 그 시간은 모조리 숙제로 채우고, 해야 할 일들로만 보내는 건 아닐까 하고.
그렇게 보내는 하루하루가 쌓여 결국, 네게는 엄마와의 시간이 지루하기만 할까.
너의 앞에 놓일 수많은 가능성에 엄마가 오히려 가지치기를 하는 건 아닐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아.
엄마도 그중 하나이고, 네가 앞으로의 학업에서 자신감 있는 아이였으면 해.
하지만, 엄마도 너와의 교감 시간이 필요해.
너와 눈 맞추는 시간, 너와 같이 웃는 시간, 너와 같이 흥얼거리는 시간, 너의 그림을 바라봐주는 시간, 같이 마시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너무 필요해.
엄마도 너에게서 많은 에너지를 얻거든.
어제 조금 다른 방향을 향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책 읽기는 좋아하는 너이니, 책을 맘껏 읽게 하는 게 낫겠다고.
책 읽는 시간을 쪼개 같은 패턴의 숙제를 하는 것보다 여러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읽는 게 낫겠다고.
하루하루 갈수록 쌓이는 숙제에 쫓기고 눌리는 것보다, 책 속의 새로운 여행길을 가는 편이 좋겠다고.
아직 7살인 너에게 조금의 자유를 더 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유치원도 얼마 안 남았다.
이제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갈 너에게, 새로운 사회생활과 새로운 배움과 과제를 안게 될 너에게 조금 더 유예를 주고 싶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우리 그 시간 잘 보내보자.
더 신나는 것들로 채워보자.
엄마는 너와 매일매일 가까워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