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분명, 틀림없이 내 숙제다.
모든 법적 절차는 마무리가 되었는데, 모든 선이 정해지고 분명해졌는데,
내가 아이를 보는 아이의 입장마저도 확실한데,
나는 그와 맞닥뜨리는 순간이 버겁고 힘들다.
숨이 가쁘고 도망치고 싶다.
용서를 하겠다고, 온유를 베풀겠다고,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그렇게 하는 편이 낫다고도 생각하고 있는데도,
쉽게 인정해줄 수 없는 건 12년의 세월때문인지, 나의 젊음과 신뢰를 배신당한 분노때문인지.
아이가 통화하겠다는 요구는 들어줄 수 있는데,
아이가 통화하는 그 목소리를 내가 듣는 건 아직 무겁다.
그 무거움이 아이에게 전해졌다.
읽을 수 있었다, 나의 감정이 아이도 알아차렸음을.
조금만 지나도, 아이 마음에 생채기 낸다는 걸 후회하면서도 그 때에는, 그 시간에는 아닌 척 넘기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아직 너무 부족한 엄마라서, 너에게 조금 더 여유를 주기가 어려운가보다..
미안하다. 아이에게는 미안함만 남는다.
내가 좀 더 한 숨 돌리지 못해서, 내가 좀 더 가다듬지 못해서..
뒤돌아 아직도 분 내하는 내 스스로가 화가 나면서도
아이에게 숨기려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냥 아예 안 보고 뒤 돌아있었는데도, 그 흘려나오는 목소리가, 그 웃음이
그가 나를 버렸다는 배신감보다, 아이마저도 진작부터 먼저 저버린 사람이 아이 앞에서는 아닌척 가식적인 그 모습이 너무 화가난다.
어쩌면 내가 그를 용서하지 못하는 부분은 나를 배신한 부분이 아니라, 나의 아이를 배신해놓고 아이앞에서는 안 그런척 위선떠는 부분인 것 같다.
아이의 아빠로써, 아이를 아끼고 돌보고자 하는 자연에서 빚어진 DNA의 귀함이
과연 사실인건지 의심스럽기도, 믿어지지 않기도. 믿을 수도 없다.
내가 이 환경에서, 이 감정 안에서,
아이를 다른 가족의 형태로서 완벽하게 사랑해 줄 수 있을까.. 조금의 부족함을 덜어낼 수 있을까..
엄마는 이 숙제를 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