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최소한의 치장을 하고 카페에 나와 작은 사치와 함께 한쪽 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나와의 데이트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집에서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움은 이 외출의 하나의 구실이 된다.
커피 한 잔의 사치가 아까워 매일 직장에서 먹을 스틱커피를 한 통 사 놓고, 스틱 하나를 하루에 3번 나누어 마신다.
원채 커피를 안 먹었는데 특정 커피의 구수함은 연한 보리차같아 내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나를 향한 스스로의 소비를 생각할 때 너무 아까워 하다가도, 이 소비와 함께 얻어질 것을 비교해본다.
내가 구할 수 있는 작은 쉼,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새로운 작은 틈,
그 작은 리프레쉬가 내게 새로운 힘이 되기도 하고,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그 시간을 기대하며 나와의 시간을 소비한다.
어느덧 나는 소비만 하는 인간이고 싶지 않았다.
너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남겨주고, 나의 시간과 바꾼 무언가를 가치있게 만들고 싶었다.
나를 가치있게 하는 것은 내가 꼭 무언가를 할 때가 아니라, 나 자체일거라 믿고있지만,
그래도 뭔가를 더 하고싶고, 그것을 실질적인 가치로 바꾸고 싶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가치로 남기고싶었다.
그야말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혼자의 시간이 생긴 지금이 선물같다.
꼭 혼자만의 시간도 아니고, 아이와 꼭 같이 있는 시간만도 아닌 지금의 균형이 감사하다.
어느날은 내가 나의 아이를 부담없이 마음 놓고 편히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리고 나의 아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에게도 큰 감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의 엄마보다도 더 마음이 놓이는 것은 사실이기에,
아이가 나보다 아빠를 더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속이 상할 때도 있지만,
나도 좀 마음을 넓게, 너어얿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아직 성인이 되려면 멀었나 하는 성찰을 하게된다.
추위에 떨던 저 마른 가지에 꽃봉오리들이 머리를 내민다.
계절의 반복에도 여지없이, 분명하게 머리를 비집고 내미는 저 꽃봉오리들을 보며
나의 계절에도 새로운 희망은, 행복은,
가차없이 찾아올 거라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