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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by 자애

시간이 간다는 것은,

나의 하루가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나의 죽음에 기꺼이 다가가겠다는 자세.

시간을 채운다는 것은,

죽기 전 내가 살아있음을 마음껏 느끼겠다는 태도.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은

숨을 고르며 죽음으로 함께 다가가는 친절


나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나의 아이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둥을 세워주어야 하고, 비를 피할 지붕도 만들어줘야 한다.

때로는 따뜻하게 몸을 녹일 벽난로도 만들어주고 싶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커다란 의자도 놓아주고 싶다.

마음이 급하다.

아이를 홀로 양육하며 맞이한 많은 변화들에 서둘러 적응해야 하고, 안정을 찾아야 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배우자가 있었을 때보다 더 무거워진 내 마음의 무게가 오롯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내 삶 중에 가장 잘한 일은, 아이에게 기둥도 되고 지붕도 되어주실 하나님을 전해준 일이다.

내가 했던 어떤 일보다, 힘껏 모유를 주던 때의 그 노력들보다도 이 복음이 제일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물질적인 것, 정서적인 것, 인지적인 것의 모든 한계들을 뛰어넘는 가장 크고 귀한 유산이다.

나의 모든 기도의 순간에 나의 아이를 위함은, 그의 삶 안에서의 믿음이 끊어지지 않길 기도하는 것이다.


나의 시간에 하나님과 나의 아이와 함께 걸어갈 수 있게 하심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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