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에 대함

외도의 반작용

by 자애

나는 결정했다. 상간녀에게 모든 짐을 지우기로.

이 모든 일의 잘못을 그녀에게 전가하고,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묻기로 했다.

일단은 그렇게 해야 나의 분노가, 배신감이, 복수심이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SNS에서 그녀를 찾아내고 염탐했다.

근무하는 학교를 찾아내고, 거주지를 알아내려 사설탐정도 고용했다.

사설탐정에게 그녀의 집, 직장을 알아내고서 변호사에게 정보를 전달했으나, 정보를 취득한 과정이 떳떳하지 못해 증거로 바로 제출할 수 없다 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사설탐정은 최근 합법화되어 그 직업을 인정받았지만, 그가 하는 모든 일이 합법적인 것은 아니었다.

상대의 동의 없이 위치추적을 하는 것이나 기타 정보들을 알아내는 일은 그 방법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정보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불륜을 인지하고 약 한 달간은 폭풍 한가운데에 꼿꼿이 서서 기꺼이 모든 바람을 마주했다.

나의 감정은 위태로웠고, 나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물었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혼란에서 답을 구해야 했다.


감정이 치솟았던 어느 순간,

나는 그에게서 찾은 외도의 대화메시지를 촬영한 사진을 프린트했다.

혹시 내 지문이 묻을까 비닐장갑을 끼고, 프린트한 종이들을 잘 접어 봉투에 넣었다.

가까운 우체국에 가서 그녀의 학교 주소를 알아보고 봉투에 적고서 발신인 자리는 비워두었다. 그리고 봉투를 전송하려 우체국에 내밀었다.

우체국에서는 그 봉투 위에 지역우체국이 또박또박 찍힌 우표스티커를 붙어주었다.

지역 우체국이 찍힌 우표 스티커를 보는 순간 나의 분노는 곧 이성을 찾았다.

익명성은 인간의 무모함을 증폭시킨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뒤돌아 우체국을 나왔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도 딸이 둘이나 있었고, 막내는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그랬다.

부숴버리고 싶었던 그 여자의 가정이었지만, 그 아이들이라도, 그 가정이라도 지켜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누구보다 상처받게 될 그 두 딸아이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 너희들이라도 아프지 말고 자라야겠지..’

이내 나는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내 모든 생각을 차단했던 감정은 서서히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나는 그 여자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나를 배신한건 그 여자가 아니라 나의 남편이었다.

불륜을 들키게 된 그 처음의 날들에 남편과의 대화에서 내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저 사람은 나를 사랑했던 적이 없었나 보다. 하는 잔상이다.

‘당신이 관계를 안 해주니까 내가 나간 거지. 관계 안 하는 것도 이혼사유야’

라는 말에 내가 한 말은 ‘때린 놈이 맞을 짓 했으니까 때린 거야?!’였다.

다행히 그도 아차 싶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적어보니 이건 대화도 아니고 무슨 산 정상에 올라가서 야호 하는 수준의 흐름 같다)

그리고 마주한 소파에 앉아 내게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태도가 잘못한 사람 같지 않아서

‘너는 그 흔한 무릎도 안 꿇냐’라는 말에 무릎을 꿇고, 뭐라고 이야기를 더 하다가 준비한 말을 다 마쳤는지 갑자기 내게 ’ 물 마실래?‘

마지막 말 이전에 모든 말들이 저 말 하나로 인해 인위적인 조작처럼 느껴졌고.

이 사람은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니구나 라는 생각.

그리고 이 사람은 내가 이혼은 안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이 사람은 지금의 순간에 모든 것이 해소되어 후련하구나 하는 생각.

그런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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