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내 입장에서 이야기하기

서면 작성하기

by 자애

생각해 보면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내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을 자제해 왔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에는 분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침묵했고, 친구들과 만날 때에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귀를 열었고, 결혼생활 때에는 그가 싫어할 것 같은 이야기는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 애썼고, 직장생활에서는 내 입에서의 말이 혹여 실수가 될까 숨죽였다.

말을 조심한다는 이름으로 참 많은 말을 아껴왔다. 내가 가진 생각의 깊은 뿌리가 묻힌 흙을 파헤치다가도 여러가지 이유로 이내 그만두었다.

이제는 그 덮인 흙을 하나씩 걷어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생각이 나를 이끈다. 내가 생각을 하는 건지, 생각이 나를 이끄는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아 보인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나는 ‘나’라고 대답했다.

나를 더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싶다고.


나는 남과 여의 법률혼으로 묶인 관계에서, 상대의 외도행위로 혼인 관계의 중단을 선언했다.

어떻게 만났고, 어떤 일이 있었고, 그때에는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대처했고, 또 무슨 일이 생겨서, 지금의 이 사태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서면으로 자세히 서술한다.

내가 의뢰한 변호사도 사실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내가 작성해 주는 글을 기반으로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서면으로 작성하게 된다.

어쩌면 참 신나는 일이다.

나의 이야기를 내 시선에서 신랄하게 쓰고, 게다가 내가 원하는 목표를 주장한다는 것은.

상대가 들어주고 있는지 아닌지도 생각하면서 말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이 말이 흘러서 어떻게 내 뒤에 비수를 꽂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있는 그대로. 나의 이야기를.

이렇게 감감히 들어주는 당신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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