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면서 우리 부부는 배달을 줄이고 집밥을 해 먹자고 다짐했다. 함께 예식장에 들어선 지 5년이 지났지만 이 다짐은 아직도 지켜지고 있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냉장고 정리다.
집밥을 위해 매달 장을 보지만 계획대로 식재료를 다 소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돌발 일정이 생기거나 입맛이 바뀌면서 먹지 못한 재료들이 남는다. 그렇게 남겨진 것들은 어느새 냉동실 터줏대감이 되어 한쪽에 쌓인다. 한참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뒤늦게 발견한 재료는 부지런히 먹어야 하지만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다. 더 신선하고 맛있는 것을 먼저 찾게 된다. 그렇게 미뤄둔 재료는 점점 자리를 넓혀가고, 냉동실에는 오래된 것들이 악성 재고가 되어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우리는 냉장고를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다. 남은 재료를 의식적으로 꺼내 요리해 먹고, 도저히 먹기 어려운 것은 과감히 버렸다. 조금은 정리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냉장고에는 새로운 것들이 들어왔다.
양가에서 보내온 음식이었다. 재워둔 갈비, 과일, 채소, 나물. 손이 큰 부모님들은 자식들 먹으라며 아낌없이 보내주셨다.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지만, 동시에 냉장고 문을 열며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냉장고 안에서 재료를 이리저리 옮기며 테트리스를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차피 다시 채워질 공간을 굳이 비워야 할까?
그래서 우리는 냉장고를 정리하는 일은 포기했다. 빈자리를 만들면, 금세 다시 채워지는 것이 삶인데 냉장고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냉장고는 여전히 가득 차 있지만, 덕분에 풍성한 집밥을 먹을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