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재우고 모처럼 여유가 생겼다. 나는 위스키를 꺼냈다. 아내의 허락을 받은 밤이었다.
친구가 선물한 닛카 위스키를 꺼내 잔 밑바닥에서 살짝 찰랑일 만큼 따랐다. 안주로는 초콜릿과 견과류를 준비했다. 나는 청량한 맥주를 선호하지만, 위스키 특유의 오크향과 스파이시한 맛은 고된 육아로 가득 찬, 얼마 남지 않은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딱 알맞았다.
결혼 후 달라진 것 중 하나를 꼽자면 술이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술이 그리웠던 나는 위스키를 음미하는 척하며 입안에 털어 넣었다. 혀를 굴리다 차가운 불 같은 액체를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위장에서부터 올라오는 열기와 함께 오크향이 코를 채웠다.
미혼 시절에는 매주 술 약속이 있었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렸다. 결혼하고 나서의 로망은 홈바를 만드는 것이었고, 실제로 조금은 준비도 했다. 하지만 가정에 집중하다 보니 술친구들과의 교류도 흐릿해졌고, 혼술을 하지 않는 성격 탓에 음주 횟수는 자연스럽게 줄었다.
고작 한 잔에 취기가 올라왔다. 술을 즐기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젊음을 불태우던 밤들이 잠시 스쳐 갔다. 나는 위스키를 한 잔 더 따랐다.
연거푸 두 잔을 마시자 취기가 몰려왔다. 쫓기듯이 뒷정리를 하고 금세 잠들었다. 아침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눈을 뜨자마자 알았다. 머리가 어제 마신 술에 짓눌린 채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걸. 이제 내 몸은 위스키 두 잔에도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었다.
해장 커피를 마시며 잠시 멍을 때렸다. 술이 문제가 아니라, 몸이 달라졌다는 사실이 더 분명해졌다. 예전의 나는 없다는 걸, 이렇게 확인하면서 다짐했다.
다음엔 한 잔만 마셔야지.
하지만 당신과 나는 안다.
다음에도 두 잔 이상 마실 거라는 걸.
*글 주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이 글도 술을 마신 후 썼음을 브런치 이용자분들께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