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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Jan 12. 2016

오토바이 그리고 쌀국수 가게

지구를 거닐다_20150527

낮이면 오토바이 수리점이었던 곳이 해가 지면 쌀국수 가게로 모습을 바꾼다. 수리를 기다리던 그 많은 오토바이는 어디 가고 육수 끓이는 들통부터 도마, 그릇 등 식기들을 잔뜩 꺼내놓고 인상 좋은 아저씨가 푹 삶은 닭고기를 썰기 시작한다. 나도 재빨리 목욕탕 의자를 깔고 앉아 현지인처럼 폼을 잡는다. 맞은 편의 연인이 먹고 있던 비빔국수와 함께 지난번 먹고 감동했던 닭고기 쌀국수를 시킨다.


옆 자리 아저씨 둘은 백숙을 즐기고 계신다. 백숙을 드신 후 비빔 당면처럼 생긴 국수도 시키신다. 우리가 삼겹살을 먹고 나서 냉면으로 마무리하듯 서로 닮은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그들이 새로 시킨 국수가 맛있어 보여 쳐다보자, 갑자기 당면에 얹어 나온 닭고기 2조각을 우리 국수 그릇에 넣어주시며 먹어보라고 하신다. 맛도 맛이지만 낯선 여행자에게 베푸는 정이 감사해 '깜언(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하니 정겹게 웃으신다.


오토바이 수리점을 빌려 국수를 파는 가게와 가게 앞 길거리 한복판에서 목욕탕 의자에 앉아 국수를 먹는 현지인의 삶의 모습. 지저분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이것이 하노이의 진짜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어 두 번이나 찾은 곳. 베트남하면 떠오르던 오토바이와 쌀국수 두 가지가 묘하게 맞물린 곳이 바로 여기다. 자리를 뜨며 남편이 말한다. 도시에는 낮과 밤, 2개의 얼굴이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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