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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Nov 29. 2015

야경 깡패 말고, 야경 신사 부다페스트

부부 세계여행, 함께 지구를 거닐다_20151020

아경 깡패. 부다페스트에 가기 전,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할 때 가장 많이 눈에 띄던 문구이다. 어떤 이는 세계 3대 야경 중 하나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유럽의 3대 야경 중 하나라고 했다. 공통적인 것은 어찌 됐건 야경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고 그래서 부다페스트는 야경 깡패라는 것.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아찔하리만큼 황홀하다는 것에는 절대적인 공감을 보낸다. 그러나 나는 야경 깡패라는 표현 대신 야경 신사라는 말로 부다페스트의 그것을 표현하고 싶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현란하지 않다.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의 알록달록한 조명이 없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의 대형 광고판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인위적이지 않고 무엇하나 따로 놀지 않는다. 세체니 다리 위로 매달린 조명은 '부다'와 '페스트' 지구를 잇는 것처럼 두 지역의 밤의 얼굴을 연결한다. 부다 지역의 부다 왕궁은 사람들의 시선을 제일 먼저 빼앗는다. 은은하게 밝힌 노란 조명으로 때에 따라 왕궁 같기도, 신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부다 왕궁에서 조금만 시선을 옮기면 우아함으로 대변되는 마차시 성당의 높은 지붕이 들어온다. 뒤로는 어부의 요새가 있다. 부다 왕궁에서 어부의 요새까지 무엇하나 과하지 않은 아름다움이 이어진다. 어부의 요새에서 맞은편을 바라보면 부다페스트 야경의 백미인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도우나 강 바로 저편에 있는데도 국회의사당은 현실이 아닌 꿈속에 있는 것만 같다. 달빛과 조명이 어우러져 황금이 흐르는 강 위에 유유히 떠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노랗다 못해 금빛에 가까운 조명을 받은 국회의사당은 웅장하지만 섬세하고, 거대하지만 치밀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곳이다. 국회의사당의 왼 편으로는 부다페스트의 지난날을 고스란히 쌓아온 오래된 건물과, 오늘날의 부다페스트가 담긴 대관람차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교묘히 뒤섞여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부다페스트의 아경 안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화려한 조명 연출로 밤을 밝히기보다는 그대로 하나가 되어 부다페스트의 밤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부다페스트의 밤 풍경은 부드럽고 은은하다. 과하지 않고 로맨틱하다.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러우며 조화된 인상을 준다. 수많은 조명으로 밤에도 낮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홍콩 같은 야경의 멋이 여기에는 없다. 다만 그윽하지만 존재감이 강렬하고 부드럽지만 근사한 그런 야경, 바로 신사 같은 야경이 이 곳 부다페스트에는 존재한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야경 깡패가 아닌 야경 신사로 기억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다왕궁과 멀리 보이는 마차시 성당, 그리고 어부의 요새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부다와 페스트를 잇는 세체니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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