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거닐다_20150805
여행 중 반복적으로 하는 것 중 가장 고된 것은 '빨래'다. 제일 더울 때 동남아를 여행했으니 하루만 돌아다녀도 옷에서는 땀 냄새가 풀풀 나고 마른 땀 얼룩이 하얗게 베었다. 동남아를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더니 하필 다음 여행지가 인도다. 다행히 동남아보다 덥지 않아 땀은 덜 난다(안 덥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매연과 먼지 구덩이 속을 걸어다니는 일이 잦으니, 이틀에 한 번 꼴로 하는 빨래는 자연스러운 일과가 되어 버렸다. 3개월 남짓 여행에 돈을 내고 빨래를 한 적은 단 한 번뿐. 계속 셀프 손빨래를 해왔으니 우리의 궁상이 눈물 나게 대견하다.
빨래의 시작은 세면대나 양동이에 물을 한가득 받은 후 세제를 휙 풀어 빨랫감과 적시는 것이다. 그리고는 손으로 조물조물, 바닥에 박박. 다시 첨벙첨벙 또 조물조물. 마지막으로 뼈도 못 추리게 꽈악 짜내면 빨래 끝. 남편은 인간 세탁기가 된 지 오래다. 어떻게든 연결할 곳을 찾아 빨랫줄을 묶고 탁탁 털어 널어두면 진짜 마무리.
손빨래로 인해 티셔츠와 바지는 너덜너덜해졌다. 한국에서 1년 넘게 입는 동안 멀쩡했던 면 팬츠가 고작 여행 3개월 만에 군데군데 구멍이 나고 올이 나갔다. 앞으로 길어야 한 달. 수명 연장의 꿈은 어려워 보인다. 뽀송함은 사치, 향긋한 섬유유연제 대신 싸구려 비누 냄새가 풍기는 건 함정. 어제 빤 깨끗한 옷인데도 약간의 꿉꿉함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
어렵다 빨래, 여행이 일상이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