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성 Nov 21. 2015

릭샤꾼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_인도 바라나시

부부 세계여행, 함께 지구를 거닐다_20150812

하나같이 다들 마른 몸이었다. 헐렁한 셔츠와 통이 넓은 바지 사이로도 마른 몸은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 그들이 모는 사이클 릭샤에 타려니 마음이 불편했다. 사람이 직접 끄는 자전거에 타는 것은 생각보다 편치 않은 일이었다. 릭샤의 뒷 좌석에 타고 있노라면, 나는 죄인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엄연히 돈을 지불하고 타는 것인데도 뭔가 모를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타지 않는 수도 없었다. 이 일이 그들에게는 하루 끼니를 해결해 주는 유일한 밥벌이라 들었기 때문이다.

푹신한 쿠션 위에 앉는 승객들과 달리 그들이 몸을 기대는 자전거 안장은 성한 구석이 없었다. 낡아 빠져 솜이 헤진 안장 가죽 위로 비닐 봉투나 걸레 같은 헝겊 쪼가리를 대충 덮어 두기 일쑤였다. 그런 안장이 편할 리가 없었다. 하루 종일 페달을 밟는 그들이 신고 있던 신발은 옆이 다 터진 슬리퍼였다. 운동화는 커녕 맨발인 이도 있었다. 승객이 타는 자리에는 갑작스러운 비나 뜨거운 햇빛을 막아줄 가리개가 있었다. 릭샤를 모는 이들은 정작 아무런 장치 없이 한 여름 뜨거운 인도의 태양을 그대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한 번은 릭샤를 타는 도중 타이어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다. 하루에 수 십 번도 넘게 포장되지 않은 험한 길을 오가다가 모난 돌에 바퀴가 찍혀 고무타이어가 찢어진 모양이었다. 릭샤꾼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는 타고 온 차비만큼의 팁을 주며 수리비에 보태라는 말을 전했다. 온몸에 비오 듯 땀이 흘렀지만 그의 온 신경은 고장 난 타이어에 가 있는  듯했다. 그는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우리 눈에는 보잘 것 없는 낡은 자전거가 그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둘이 합쳐 100킬로가 넘는 나와 남편을 이끄는 것은, 기계의 엔진이 아니라 60킬로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그들의 다리였다. 고된 노동으로 살이 찌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빨간 물이 입 안에 잔뜩 고이는 담뱃잎을 질겅질겅 씹어대며 그들은 쉼 없이 페달을 밟아 나갔다. 남편보다 어쩌면 나보다 더 야윈 가장들의 어깨를 뒷자리에서 바라보며, 나는 그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과연 가늠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얼마 되지 않은 팁에 연신 고맙다며 이마에 손을 모아 축복을 빌어주는 가장들. 그들이 믿는 신은 그들에게 자비 따윈 베풀지 않아 보였다. 나는 신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 도대체 그 위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