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거닐다_20160718
아득히 먼 곳에서 해무가 넘실거렸다. 두 개의 땅 사이에 제법 거센 물결의 도우로(Douro) 강이 흘렀고, 그 강이 바다로 닿는 길목 어귀에는 자욱한 연개가 피어나 거대한 산처럼 부풀어있었다. 마치 바다는 쉽게 도달하는 곳이 아니라고, 바다 너머의 또 다른 세계에 향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장벽처럼 길목을 가로막은 채로 겁을 주는 듯했다. 저 끝 어딘가에 있는 철교를 단숨에 삼켜버릴 만큼의 뿌연 안개가 주는 두려움과, 시원한 강바람 그리고 따뜻한 햇살이 주는 평온함이 공존하는 포르투(Porto).
포르투갈이 유럽에서 별처럼 빛나던 대항해시대에 누군가는 해가 질 때쯤 언덕에 앉아 연신 아름답다는 감탄을 뱉으며 와인잔을 기울였겠지.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저 해무를 뚫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세계로 노를 저어 나아갔겠지. 그렇게 겁이 나는 와중에도 두려움과 싸우며 결국 앞으로 나아간 이들 덕에 전에 없던 역사가 새로 쓰이게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