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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Aug 18. 2016

일상과 여행의 경계 어딘가

지구를 거닐다_20160318

오늘도 어김없이 레꼴레타 수도원 근처의 콜핑(Kolping) 전망대에 올랐다. 수크레 시내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 내에 있으면서 한눈에 수크레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아무것도 시야를 가리지 않아 탁 트인 수크레를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입소문을 타기 전인지 다행히도 찾는 이가 드물었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발아래 모든 풍경이 내 것일 때가 많았다.



옥상 전망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어제도 그랬듯 수크레를 바라본다. 태양은 사라지다 말고 구름에 반쯤 걸터앉았다. 태양을 향해 한층 다가선 해발 2800m. 주춤거리는 석양 무렵의 태양마저도 꼿꼿하게 눈부신 이 곳에서는 두 눈을 또렷이 뜨기보다는 게슴츠레 실눈을 하고 오감을 폭을 넓히는 것이 현명하다.  


수크레 콜핑 전망대에서 보는 전경


저 아래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는 몇 번이고 경적을 세게 울렸다.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고적대 연주 연습을 하는가 보다. 드럼인지 북인지 모를 타악기가 울렸고, 온갖 관악기들이 자신을 드러냈다. 전망대 뒤 낮은 언덕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고, 눈 앞의 붉은 지붕 아래 개 짖는 소리가 났다. 드문드문 수크레를 찾거나 떠나는 비행기가 잔잔한 대기를 갈랐고, 아이들은 까르르 웃어대거나 목이 터져라 울어대기도 했다.


묵직한 무게의 물건이 툭-하고 떨어지는 둔탁한 음이 났고, 이어서 맑고 청아한 성당의 종소리가 울렸다. 성당의 종소리는 한 곳에서 시작해 돌림 노래를 하듯 다른 성당으로 퍼져 나갔다. 어느 오토바이 주인은 페달을 세게 밟으며 으르렁거렸고, 매미인지는 모르겠으나 크게 울어대는 벌레가 근처에 있었다. 수크레의 수많은 개들은 끊임없이 짖어댔다. 여전히 오토바이는 시끄러운 배기음을 토해냈으며 낡은 버스는 클락션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 곳에 잠깐 들린 프랑스 연인의 속삭이는 소리가 살랑거렸고, 이내 여기저기 수크레의 사람 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실려 왔다.


레꼴레타 수도원


규칙적이지 않은, 균일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잡음의 연속 가운데 나는 홀로 떠있었다. 우두커니 앉아 그곳의 삶이 전달해주는 소리들과 마주하니 꽤나 익숙했고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몸짓이었다. 크게 거슬리지 않았고, 리듬이 있었으며,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일상의 반복이었으나, 여행자가 느끼는 낯선 공기의 파동이었다.


끊임없이 내 귓가에 들리는 평범한 현실의 울림들은 아직 내가 그곳에 속해있음을 상기시켰다.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소리 가운데에서, 나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며 현실과는 단절되길 원했다. 이상하리만큼 편안했고, 평온해졌으며, 떨어진 곳에 있었으나 겉돌지는 않았다. 


일상과 비일상의 어딘가. 현실과 비현실의 어디쯤.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창 밖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나는 멀지 않은 일상과 멀리 떠나온 여행, 그 경계 언저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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