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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May 14. 2023

내게 소중한 일상

'땅땅 딩동댕'

'땅땅 딩동댕'      


오전 7시 45분만 되면 알람 소리가 울린다. 8시 기도를 하기 위해 일어나야 한다. 몇 달 전부터 친구 세 명과 함께 같은 시간에 '고리기도'라는 기도 생활을 하고 있다.

삼하리, 용인, 제주도, 캐나다에 사는 네 사람이 같은 시간에 기도를 통해 만나는 것이다. 카톡으로 서로의 '준비'를 알리고 8시가 되면 기도를 시작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상황이 어려울 땐 다른 시간에 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그 시간에 공간은 달라도 시간을 함께 공유하며 호흡하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울 정도로 멀리들 살고 있지만, 기도 시간 20분 정도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공간은 달라도 그 시간엔 함께 있는 듯 느껴지고 서로를 생각하게 된다. 너무 좋다.      


기도 생활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은 너무나 즐겁고 상쾌한 일이다. 그런데, 내겐 문제가 하나 있다. 사실 난, 저녁 인간형이다. 일상을 새벽 2~3시에 잠들어 오전 9시쯤 일어난다. 물론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다르지만, 평소 생활패턴으로 볼 때 매일 7시 45분 기상은 내겐 상당히 힘이 드는 일이다. 함께 의논한 끝에 캐나다 친구의 시간을 비교해서 맞추었는데, 나만 조금 일찍 일어나면 아무 문제가 없기에 그렇게 결정을 한 것이다. 다음 달부터는 나도 '이야기 수업'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미리 생활 패턴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루는, 동생에게 

" 아침에 8시 전에 일어나서 기도 끝내고 다시 잠을 자다 보니 잔 것 같지도 않고 눈만 아프네." 하니,

" 언니, 그럼 누워서 해 봐! 하느님도 다 이해해 주실 거야." 한다.      


며칠 전, 너무 졸리기에 동생이 한 말이 생각나 누워서 기도를 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분명 같은 시간에 기도를 시작했는데, 기도 끝났다고 카톡을 쓰고 보니 그 시간이 8시 51분이다. 빨리하면 15분이면 끝나서 카톡을 남기는데, 51분으로 보이기에 눈이 안 보여 잘 못 봤나 싶어 안경을 끼고 자세히 보니 분명 51분이었다. 누워서 하다 보니, 비몽사몽 길어진 것이다.      


'기도는 제대로 했을까?'

헛웃음이 나왔다.      


'역시, 기도는 앉아서 조신하게 정성을 다해서 해야 하는 거야.' 

스스로 마음을 고쳐 세웠다.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아침형 인간으로 나를 바꾸어 가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남편 출근할 때나 아이들과 함께 살 땐, 아침 식사를 챙기느라 일찍 일어나는 게 일상이었다. 아이들 혼인시키고 제일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잠을 푹 잘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게 얼마나 좋던지 환호까지 질렀었다.      

꼭 무언가 하지 않아도 되고, 그러지 않는다고 누가 날 나무라지도 않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이 얼마나 좋은지 감사한 일이다. 그래도 이런 편안한 일상을 주신 하느님께, 좋은 친구들과 함께 기도하는 그 시간은 더욱더 감사할 일이기에 나의 일상에서 아주 소중한 시간으로 지켜 가려한다. 

     

'일찍 자야지!‘     

한 번 더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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