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겨울비가 내린다
땅거미 내린 거리
아스팔트 위로 진물처럼 배어나는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는 빗물
물먹은 길 위를 내달리는
자동차 엔진 소리
반딧불 닮은 하얀 불빛들
어둠을 가르며 추억을 떨구고 간다
올여름 대지를 달구던 열기는
작별의 인사도 없이
소슬바람에 실려 가고
산천을 물들였던 단풍
낙엽은 수채화로 남았다
사람멀미 속에 자맥질하던
그대 야망의 불꽃은
얼마나 뜨겁게 피워내었는지
겨울비 가고 나면 삭풍 온다니
여물게 옷깃 여미고
새날 위해 주단을 깔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