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자수’ 기술자 할머니

불광동 지하철역에 내려서 잠시 서류 정리를 하고 있는데 모자를 곱게 쓴 한 할머니가 가던 길을 멈추고 내 옆에 앉는다. 아마, 어딜 다녀오는 길인 것 같은데 힘이 드시나 보다.    

 

불광동에서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와 함께 사시는 76세 할머니다. 아들 며느리가 일을 하기에 살림은 어르신이 도맡아 한단다. 덕분에 생활비는 아들 몫이라 걱정은 없고 당신은 오전 집안일을 마치고 나면 교회 전교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고 계시단다. 여호와증인 신자라는데 본인의 사명이라 굳게 믿고 계시다.     


오랫동안 해 오던 ‘자수’ 일을 불과 2~3년 전에 그만두셨단다. ‘자수’ 전문기술자라 늦은 나이까지 할 수 있었다고. 옛날엔 제법 날렸다고 은근히 자랑도 하신다. 사회생활을 오래 한 덕에 나이도 잊고 살았다고.     


기술을 배우던 젊은 시절 때론 고달프고 힘도 들었겠지만, 나이 들어 전문가가 되기까지 일을 계속할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힘들었던 그 시절을 충분히 보상받으신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무언가 배우고 싶다 하신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일을 했기에 동네에 어떤 기관이 있는지 마땅한 복지기관도 몰라, 무언가 배우고 싶은데 어딜 가면 좋을지를 소개해 달라 하신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을 소개해 드렸다. 프로그램이 백 가지도 넘으니 마음에 드는 수업이 있을 거라 말씀드리며 복지관 등록방법, 교통편, 복지혜택 등을 자세히 안내해 드렸다.     


나와의 만남이 너무 고맙고 유익했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자리를 떠나는 나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작가의 이전글 시니어 상담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