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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애국자 할아버지

쇼핑몰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할아버지가 계시다. 뒷모습을 보니 허리도 꼿꼿하신 게 건강해 보이신다.

다가가서 옆에 앉았다. 어르신, 말씀 좀 나누어도 될까요? “저는 서울시 시니어 상담가입니다. 어르신들께서 여가를 어떻게 지내시는지, 생활에 불편함은 없으신지 여쭙기 위해 나왔습니다.”     


어르신께 이해를 구하고 말씀을 나누었다. 어르신께선 아내와 논현동에 거주하고 있고 올해 83세다. 서초 복지관 성동복지관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설계사무실 고문으로 한 달에 한두 번 나가고 계시다.      


구파발 근처에 딸과 친구가 살고 있어서 방문 차 온 김에 잠깐 쉬면서 뉴스를 보고 계신 것이었다. 

보여주시는 뉴스 화면이 일본어 뉴스다. 어르신은 젊어서 일본어를 배운 세대이다. 소싯적 나름 공부도 열심히 했고 직장일로 외국 출장도 자주 다녀서 몇 개 외국어는 하실 수 있다 하신다.     


복지관의 필요성과 좋은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구파발에 사는 친구에게 권하기도 했는데, 그 친구는 교통이 불편해서 다니기 싫다고 하더라 하시며 복지관의 위치 선정의 중요성을 설파하신다. 이해가 가는 말씀이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전철은 무료이지만 버스는 유료다. 그러다 보니 버스 이용은 잘 안 하신다. 

나이 들어 다리가 자주 아프다 보니 걷는 것도 힘들다 하는 분이 많다. 젊은 사람은 별거 아닌 비스듬한 길도 언덕으로 느끼신다.      


어르신의 말씀을 긍정하는 내가 미더우셨던지 계속 말씀을 이어가신다. 요즈음 시국이 이렇고 저렇고 자식이나 손주들하곤 대화가 잘 안된다며, 주말엔 손주들의 미래를 위해 태극기를 흔들러 나간다신다. 어르신 나름의 애국하는 방법이란다.     


83세 연세의 어르신이지만 아직도 현역에 계시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시는 이 어르신에게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인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느껴졌다.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분들은 대체적으로 노후 생활도 잘 가꾸어 가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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