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중장년 할아버지

롯데 구파발 점에서 만난 64세 젊은 할아버지     


저 멀리 머리가 희끗한 노인분이 벤치에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만지고 계신다. 가까이 다가가 상담가 신분증을 보이며, 말씀 나누기를 청했다. 기꺼이 앉으시라 하는데 얼굴을 보니 내가 실수한 것 같다. 혹시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제가 어르신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얘기했다. 괜찮다고 하며 본인은 64세라며 상담원님도 얼추 연세가 되신 것 같다고 한다. 네~ 그래도 제가 좀 어립니다.     


웃으며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분은 사별하고 홀로 살고 있으며 자식은 없고 얼마 전에 다니던 직장을 퇴직했단다. 가정 경제는 어렵지 않으나, 하루 소일하기가 쉽지 않아 쇼핑몰을 돌기도 하고, 전철 타고 이동하며 맛 집을 찾아 식사하고 가끔 지하철 역사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한다. 아직은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내가 주로 만나는 노인 분들의 하루 생활 모습과 비슷하다.     


재취업을 하려니 급여 200만 원 받기도 쉽지 않고, 있는 일은 주로 경비일 정도라서 조금 더 쉬어볼 생각이라고 한다. 몸이 안 좋아서 따뜻한 동남아로 이주해서 살아 볼까도 생각해 본다고.

아내와 사별하고 허허해진 맘을 아직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노인으로 살기엔 세월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홀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이분께는 노인 복지관이 아니고, 50세 이후 중장년의 삶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50 플러스센터’를 소개해 드려야겠다.      


불광역 2번 출구~ 등 위치와 그 기관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더불어 아직 젊으시니 그곳에 가서 컨설팅도 받아 보고 시간을 효율 적이고 보람 있게 보내시라 안내를 해 드렸다. 그분은 오늘 당장 가 보겠다며 고맙다 하신다.     

요즈음은 퇴직이 너무 빠르다.

바쁘게 하루하루 살아가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퇴직을 맞이하는 요즈음의 중장년들, 퇴직 후에 삶을 어찌 살아야 할지 구체적 계획도 없이 갑자기 노인이 되어 버리는 것 같다.

노인복지만큼이나 중요한 사회문제라 생각된다.     


중장년 나이에 시니어 상담일을 하면서 나름 보람을 찾고 있는 나에게 칭찬을 보낸다.

작가의 이전글 시니어 상담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