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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할머니의 영어공부

갈현동에서 홀로 거주하신다는 83세 할머니를 연신내 물빛공원에서 만났다.     


어르신께선 지팡이는 한 편에 세워두고 화단 앞 벤치에 홀로 앉아계셨다. 힘들어 보이신다. 조용히 어르신 곁에 앉았다. “어르신 어디 안 좋으신가요? 힘이 들어 보이 시네요?” 기운이 없어 보이는 어르신께 내가 시니어 지역 상담가임을 말씀드리고, 도와드릴 일이 있는지 여쭈었다.

어르신께선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고 잠시 힘이 들어 쉬고 계시는 것이라 하셨다.     


어디가 안 좋으셔서 병원에 가셨는지, 하루 일과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어려운 일은 없으신지~ 어르신의 안색을 살피며 말씀을 나누었다.

갈현동에서 홀로 거주하고 있고 결혼 한 딸이 근처에 살면서 자주 방문 온다고, 큰아들은 캐나다에 거주하는데 몸이 좋지 않아 가볼 엄두는 내지 못하고 통화만 가끔 한다고 하신다.     


젊은 사람들은 시간과 돈이 없어 외국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가 들면 기력이 달리고 허리나 다리가 아파서 보고 싶은 아들을 만나러 갈 수 없다는 사실이 작은 슬픔으로 느껴졌다. 분명 그 아들은 바빠서 어머니를 보러 오지 못할 텐데~.     


홀로 계시기 적적하실 터이니 복지관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방문하셔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시라고 권해드렸다. 어르신께선 ‘영어 공부’를 하고 싶은데 마땅히 할 곳이 없다 하신다. 당연 복지관엔 영어수업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어르신께선 공부를 많이 하셨나 봐요?” 여쭈니, 그 시절 중학교까지 공부를 마치셨다 한다.

아마 그 시절 중학교까지 하셨다는 것은 분명 자랑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어르신의 자부심이 살짝 느껴졌다.    

 

영어 공부를 하시려는 게 맘 한구석 캐나다 아들에게 가 보실 심사가 깔려 있어 그러시는 것 같았다.      


어르신께선 택시로 댁에 가시겠단다.

오거리로 갈라진 연신내 사거리에서 어느 곳에서 택시를 타야 하는지 헛갈려하신다. 물론 난, 어르신께 지팡이와 가방을 쥐어드리고 부축하며 택시를 잡아 태워드렸다.


헤어지며 어르신께선 다리가 좀 나으면 복지관에 꼭 가보겠다 하신다. “그곳에 가면 댁을 볼 수가 있나?” 하신다. 그래도 나와의 대화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신 것 같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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