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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조선족 할머니

연신내역 근처에서 뒤뚱뒤뚱 힘겹게 발을 옮기는 할머니를 만났다. 얼른 달려가서 부축을 해드렸다. “어르신 다리가 아프신 것 같은데 잡아 드릴게요.” 웃으며 마다하지 않으신다.     


연서시장 입구에서 조그마한 가판 영업을 하는 89세 할머니. 말투를 자세히 들어보니 조선족분이다. 직업소개업을 하면서 교포 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본 경험이 있는 나로선 그분이 아무리 서울 말씨를 하려 해도 알 수 있다.     


어르신 팔을 잡고 연서시장 입구 노상에 펼쳐놓은 가판대 뒤 조그만 의자에 앉혀드렸다.

“어르신, 중국에서 오셨나 봐요?” 고개를 끄덕이신다.

딸과 둘이 갈현동에 거주하고 있고 딸도 일을 나가고 당신은 이곳에서 가판 영업 중이다.

지난번에 여기서 다른 분이 물품을 파는 걸 봤다 하니,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때에 그년이 자리 잡고 장사를 했어!” 대뜸 혈압을 올리신다.

“아~ 할머니 자리에 그분이 앉으신 거였네요. 화가 많이 나셨었나 봐요~?” 담담히 여쭸다.

“응......,”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잠바 코트 모자 속으로 목을 넣으며 낮은 목소리로 답 하신다.     


자신의 영토에 누군가 발을 들여놓은 것이 못내 억울하셨나 보다.

한국에 언제 오셨는지 여쭙진 않았지만, 한국에 올 땐 현실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않았을까. 89세 고령의 나이에도 추위를 이기며 노점상을 하고 계시니,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아오셨을지 가늠이 잘 안 된다.     


걸음조차 힘든 아픈 다리로 추위에 떨며 노점상을 하고 있는 89세 어르신.

한국에서 연금 등 복지 지원 대상은 아닐 것이고, 어떻게 도와 드려야 하나?     


한국인들이 꺼리는 어렵고 위험한 일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높은 수입으로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일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더구나, 노후를 한국에서 보내는 외국인 분들에 대한 복지는 어떤 게 있는지? 정보가 별로 없는 내가 해 드릴 말씀이 없다. 

복지관도 이 어르신껜 사치인 듯 보여, 소개도 못하고 맘이 무거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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