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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짜증 내는 할머니

연신내 지하철 역사 벤치에서 만난 76세 할머니.

“몸도 아프고 매사 의욕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말 시키지 마!”     


그래도, 슬금슬금 어르신의 옆자리를 고수하며 웃음으로 말을 붙인다.

“귀찮으세요? 말씀 안 드릴게요~ 그런데 어디가 많이 안 좋으신데요?”“허리요? 아님, 다리요?”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얘기시키지 말라 하시던 어르신께선 묻는 말씀에 답하고 계시다.     


3,500만 원짜리 반 지하방에 살고 있는데 수급자 혜택도 못 받고 있다고 불만이 많으시다.

“다른 사람들은 금 목걸이, 금팔찌까지 두르고 다녀도 수급자 혜택을 받고 있는데 난 못 받아” 하신다. 

“이상하네요~? 자식들이 잘 사나 봐요?”

“통장에 돈이 쪼끔 있다고 그렇데 많지도 않은데”

“그럼, 통장에 있는 돈을 자식들에게 맡기시면 되잖아요?”

묵묵부답이다. 자식에게 맡기기는 싫으신가 보다.

“있는 돈으로 사는 게 더 좋지요 부자시네요? ”

“무슨~ 많지도 않아~”

“어르신, 이곳에서 소일하지 마시고 복지관에서 즐겁게 지내시는 게 좋지 않으신가요?”

“복지관에 가면 그곳 터줏대감들이 무시해서 가기 싫다!”하신다.

어르신은 말씀 나누는 내내 얼굴은 뾰로통, 말씀은 퉁퉁거리신다. 무언가 불만이 많으시다. 이분의 맘을 즐겁게 해 드릴 방법은 없을까? 난 계속 조금씩 조금씩 말씀을 이어가며, 복지관 방문을 권해 드렸다.     


혼자 사시면서, 몸도 여기저기 아파서 괜히 짜증이 나고,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어 지하철 역사 구내 의자에서 소일하는 것이 일상이 되다시피 한 어르신이다. 한 마디 두 마디 말씀을 나누며 조금씩 마음의 빗장을 푸신 어르신께선 내가 드리는 명함을 지갑에 넣으며 말씀하신다. “나를 위해 좋은 얘기 해주신 건 고맙지만~” 하고 말끝을 흐리신다.  


“밥 먹으러 간다 수고하라”며 먼저 자리를 뜨신 할머님께선 아마도 얼마 후엔 복지관 회원이 되어 계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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