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지수, 어린이집에 가다
안녕? 나는 지수야!
난 이제 두 살이야.
나는 집에서 엄마 아빠랑 노는 게 제일 좋아.
오늘은 아침부터 엄마와 아빠가 긴장한 듯 정신없이 움직였어.
“지수야, 오늘은 어린이집에 가는 날이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놀아야 해.”
엄마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어린이집? 그게 뭐지? 엄마랑 아빠랑 노는 것보다 재미있을까?
사실 조금 궁금했어. 그래도 집이 더 좋으니까…
그냥 안 가면 안 될까?
지난 일 년 동안 나를 봐주던 아빠는 오늘부터 학교에 간다고 했어.
아빠는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야.
엄마는 어린이집에 9시 30분까지 가야 한다고 했어.
나는 뽀로로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어.
어린이집은 우리 아파트 바로 옆에 있어서 금방 도착했어.
어린이집 문 앞에는 나보다 큰 언니 오빠들이 있었고, 나랑 비슷한 아기들도 있었어.
“어머니 지수 맞죠?”
“네, 선생님 이지수예요”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엄마와 짧은 대화를 나누더니 나를 번쩍 안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지수야, 선생님이랑 들어가자!“
앗, 이건 뭐지? 어? 잠깐, 엄마 손은 어디 갔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엄마와 인사를 나눌 틈도 없었다.
“지수야, 안녕! 선생님이야. 오늘부터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자!”
나를 안고 들어온 사람이 나에게 친절하게 인사했다.
아, 이 사람이 엄마가 말한 어린이집 선생님이구나. 그리고 여기가 어린이집이구나
난 처음 접하는 사람과 공간이 어색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니 장난감도 있었고 나랑 키가 비슷한 친구들도 있었다.
모든 게 어색했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
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집에서 내가 울면 엄마랑 아빠가 와서 날 달래주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이 오셔서 나를 달래주었어.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이 엄마인 건가? 엄마가 보고 싶었어
선생님이 달래줘서 난 겨우 울음을 멈췄고 방구석에서 장난감을 만지며 혼자 앉아 있었어.
그런데 같은 방에 있던 친구 2명이 울기 시작했어.
난 방금 울음을 멈췄는데 친구들이 우니깐 또 엄마 생각이 났어.
그래서 나도 같이 "엉엉엉!" 하고 울었어.
여기선 다들 우는 게 유행인가 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슬펐어.
엄마가 보고 싶어서, 친구가 울어서...
그냥 다 슬펐어.
한참을 울고 나니 선생님이 내 가방을 챙겨줬어.
“지수야,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시계를 보니 10시 30분이었어.
우와! 집에 갈 수 있대!
선생님 손을 잡고 어린이집 문으로 나갔는데, 문 앞에 엄마가 환하게 웃으면서 서 있었어.
“엄마다!!!”
엄마를 보자 또 눈물이 났어. 이번엔 기쁜 눈물이었어! 엄마가 나를 번쩍 안아주었어.
“지수야, 많이 울었어?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재미있었어?”
엄마는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난 대답할 기분이 아니었어. 엄마가 좋아서 얼른 집에 가고 싶었거든!
내일도 어린이집?
집에 오면서 생각했어.
난 집이 좋은데, 엄마랑 아빠가 좋은데… 어린이집은 왜 보내는 걸까?
친구들은 울기만 하고, 장난감은 별로 재미없었는데.
선생님은 착했지만, 엄마만큼 좋진 않았어.
내일도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니…
어떻게 하면 엄마랑 집에만 있을 수 있을까?
감기 걸린 척해야 하나?
아니면 배 아픈 척? 아프다고 하면 안 가도 될까?
하지만 오늘 본 장난감들이 생각났어.
울었던 친구들도 생각났고.
선생님의 따뜻한 목소리도.
어쩌면... 내일은 조금 덜 무서울지도 모르겠어.
엄마가 꼭 데리러 온다는 걸 이제 알았거든.
나는 이제 '어린이집 다니는 지수'래.
조금 무섭지만... 조금 설레기도 해.
이게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걸까?
태어난 지 열여섯 달 된 나에게 사회생활은 너무 어려웠어.
이렇게 나의 첫 어린이집 모험은 끝났어.
나는 아직도 집이 제일 좋아!
'어린이집, 다시 갈까 말까?'
고민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