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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현 Jul 24. 2024

저절로 가족 모임이 된다.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아빠

육아빠에게 왜 이렇게 하려고 하냐 물어보니 모든 사람들이 거실이라는 공간에 널부러져 있는 나른한 모습이 싫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티비에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주말엔 거실 쇼파와 한 몸이 된 아빠와 각자 방에서 폰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이 세상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집에서나마 좀 편하게 쉬자는데 육아빠는 우리 집에서는 허용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투박한 사무실 책상이 거실을 차지하고 며칠이 지나니 그것도 또 익숙해진다. 내 노트북도 이곳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거실에 책상을 둔다는 어색한 발상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거실에 책상을 둔다는 발상은 아이들이 자유롭고 넓은 공간에서 다 같이 하는 공부 습관을 형성시키는 것이었다. 공부를 하다가도 모르는게 있다면 서로 의논하고 물어보고 토의를 하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공부 습관이 잘 형성된 아이라면 거실에 책상을 두더라도 스스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거실에 책상을 두면 오히려 집중이 어려울 수 있다. 

거실에 책상을 두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먼저 아이의 성향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혼자 있으면 산만하고 집중을 못한다면 거실로 나오는 방법을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결정되었다면 아이의 책상의 위치를 선정해 보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항상 지켜 볼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집중하고 넓은 책상에서 편안하게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점은 부모가 아이의 공부를 과도하게 간섭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질적으로 소극적인 아이는 오히려 주변의 시선으로 부담을 느껴 적응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유의한다. 이런 아이라면 거실 내에서도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때 티비, 게임기, 쉬는 공간은 아이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티비는 없애도 상관없으나 가끔 가족들간의 여가시간을 위해 필요하면 그냥 두어도 된다. 대신 공부를 할 때는 스스로 공부할 분량을 정하고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공부를 하였다면 아이에게 혼자만의 공간에서 쉬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의 방에는 침대와 옷장만 있다.

사실 거실에 책상을 둔다는 것은 마냥 아이들의 공부 습관 형성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거실의 본래 의미인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거실을 책상을 두면 가족간의 소통과 교류가 활발해 질 수 있다. 하지만 부모는 할 일이 많다. 이렇게 되면 거실에서 아이가 공부를 하고 있다면 집안일을 하면서도 아이의 공부를 지켜 볼 수 있고 학습 중인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자연스럽게 놀게 된다. 거실에서 놀다 거실에서 공부하고 가족과 함께 소통한다. 여가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함께 책을 읽고 보드게임을 하는 등의 가족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분위기가 즐거워진다. 다만 주의할 것은 아이가 공부를 마치거나 놀이가 끝난 후 정리하는 습관을 인식시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니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지저분한 느낌이 들 수 있다. 부모가 나서서 아이들의 물건을 치우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치우고 놀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집의 거실이 또 다른 의미로 공동 구역이 되었다. 아이들의 책이 거실로 나왔고 아이들은 그곳에 앉아 책을 보고 숙제를 하였다. 생각보다 티비를 찾는 일도 없어졌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책상에 앉아서는 뭐든 하게 된다. 책을 읽거나 필사를 하고 아이들은 내 옆에서 같은 활동을 하게 되었다. 서로를 간섭하면서 말이다.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물음이 자연스러워졌고 엄마 아빠도 대답이 자연스러워졌다. 가족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혼자 맥주마시면서 티비 보던 일은 그립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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