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별난 육아
퇴근해 오니 육아빠 표정이 좋지 않다. 아이들은 이미 일찍 잠들어있다. 평소 같으면 일엄마를 기다리는데 일찍 잠든 걸 보니 아이들과 무슨일이 있었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놈의 스마트폰 때문에 회초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보느라 불러도 모르고 내려놓지 않고 눈을 떼지 못하고 아빠가 하는 말을 듣지도 행동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일엄마는 아이가 태어나고 키우면서 체벌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체벌할 때의 나쁜 에너지 소비와 약한 존재가 강한 존재에게 얻어맞고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힘들어서였다. 이에 보기 좋게 반대를 시전하는 육아빠는 약간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퇴근하고도 또 한참을 이 내용에 대해 한밤에 토론이 벌어졌다.
과거에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 행해졌다. 육아빠와 마찬가지로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체벌의 일부 형태를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더 긴장감을 가지고 규칙을 준수하며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미국의 소아과학회는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훈육지침 중 2018년에 개정판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건강한 아동을 키우기 위한 훈육 방법을 제시하고 체벌의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체벌을 받은 사람들이 뇌 영상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체벌을 받은 사람들의 뇌 부분인 전전두엽의 부피 감소로 인해 인지 능력 저하가 확인되었다고 하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부모가 충동적으로 체벌을 가한 경우 효과가 없었으며 아동의 문제 행동이 재발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체벌은 효과적인 교육방법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학생들의 정서적, 심리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대안적인 훈육 방법과 교육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아이에게 체벌을 하지 말자는 추세로 돌아선 데는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학대 수준의 체벌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가 알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 중 80프로 이상은 친부모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며 거의 대부분의 부모는 훈육을 위한 것으로 주장한다. 잦은 체벌로 인한 훈육은 아동의 신체적, 정서적, 위축한 감정 조절 능력 감소뿐만 아니라 인지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체벌은 대개 부모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을 때 아이를 때리는 것을 정당화 하기 위해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아이를 체벌을 하면서도 행동교정보다는 자신의 화를 풀기 위해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엄마 중 아이 엉덩이를 때려놓고 ‘더 세게 때릴걸..’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물론 이 엄마는 이성적인 분이었지만 이런 생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멍이 들도록 때리거나 물건으로 가학하는 등의 심한 아동학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를 때리는 것을 포함한 체벌행위는 훈육의 방법으로는 부적절하다. 물론 즉각적으로 행동을 멈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행동의 변경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부모 자신의 화를 풀기 위해 아이를 때리는 행동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행동은 아동학대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부모의 존재가 아이에게 불안과 무력감을 주며 애착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훈육하려는 목적이라면 감정을 조절하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수정을 교정하는 것이 올바른 훈육이다. 부모가 아이를 훈육하는 방식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체벌로 인한 학대가 아닌 건강한 훈육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육아빠는 학대 수준의 체벌이 잘못된 것인데 마치 모든 체벌이 잘못되었다고 인식하는 것이 더 잘못되었다고 침을 튀기며 말했다. 그런 육아빠에게 일엄마는 한번만 더 내 아들에게 손대면 아무리 아빠라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잠자리에 돌아와서는 아들의 회초리 맞은 종아리를 어루만지며 떨리는 손으로 연고를 발라주는 육아빠였다. 그 이후로 우리집에서 체벌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