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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리 Dec 28. 2018

3D 프린트 제품, 작품일까?

소반·꽃병 전시 여는 류종대 작가

"3D(입체) 프린팅 기술로 만든 것은 ‘작품’일까 아니면 ‘제품’일까?"


목공예 작가 류종대(37)가 8월1일~7일까지 서촌 ‘갤러리우물’에서 열고 있는 <미래의 문화유산, 아트퍼니처> 전시를 찾으면, 그 대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넓은 전시장에는 작가가 예술 작품으로 분류한 ‘소반’들과,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으로 분류한 ‘꽃병’들이 동시에 있다. 두 개의 다른 전시품은 새로운 기술 3D 프린팅을 예술이 어떻게 끌어안는지 보여주는 ‘진화의 현장’ 같다.

사실 예술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끌어안았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던 화가들이 미디어 기술을 끌어들인 것이 미디어 아트다. 예술품의 동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이란 뜻)도 운동감을 구현하는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에 예술가의 영감을 보태지 않으면 그냥 제품일 뿐이다. 전시장의 꽃병들이 대표 사례다. 류 작가가 만든 ‘소반’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그는 원목을 깎아 물건을 놓는 판을 만든 뒤, 그 아래 경복궁의 기왓장을 본떠 디자인한 받침을 3D 프린팅으로 만들어 결합시켰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예술적 ‘의외성’과 ‘새로움’을 발견한다.

류 작가는 첨단 기술인 3D 프린팅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대중성을 꼽았다. 그는 “현대미술의 어려운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람객과 미술관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

대학 졸업 뒤 첫 직장인 해양레저회사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배웠다는 작가는 “3D 프린팅 또한 예술을 좀더 대중화하기 위한 도구”라고 다시 강조한다. 그리고 “먼 미래에는 그때를 대표하는 신기술로 전통공예를 표현하고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예술과 기술의 중단 없는 길항 관계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  류종대는 동아대학교 공예과,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에서 개인전 DIGITAL CRAFT(2017, 마루누마 예술의 숲)을 열었으며, 한일 문화교류전 Made in Marunuma(2018)에 참여했다. 올해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A-DESIGN AWARDS’ 심사위원으로, 현재는 신당창작아케이드 9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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