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립리 Dec 28. 2018

전봇대 같은 초라한 풍경은 인정 못 받는 현대인의 초상

<풍경들> 전시 여는 이재명 작가

“누구에게도 관심 받지 못한 공간조차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


도심 속 풍경을 오랫동안 탐색해온 작가 이재명(37)은 7월11일~8월7일까지 서울 강남구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 <풍경들>(Splendid Scenery)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는 도시의 구조물들 중 ‘자신만의 의미를 찾지 못한 장면’에 주목했다. 전시장을 채운 30개 작품은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소소한 것들이다. 전시장 어귀에서 마주한 대표작 ‘다섯 번의 인사’를 보자. “5주 동안 참여한 드로잉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던 전봇대의 등입니다.” 작가는 그에 대해 “거대한 도시에 비해 볼품없고 초라한 그 모습이 마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내 처지와 비슷하다”고 회상했다. 작가는 그렇게 주목받지 못하는 도시 풍경들 속에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현대인의 일상”을 본다.

경북 안동 출신인 작가는 서울에 온 뒤 줄곧 이렇게 ‘잊혀진 도심의 풍경’에서 ‘잊혀진 우리의 모습’을 찾았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된 기계와 기성품들도 예술 작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프랑스의 혁명적 미술가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주장과도 상통한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업 방식을 ‘빠르게 훑어내기’라고 표현했다. 단순한 형태와 원색 중심의 작품을 빠른 붓 터치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예술의 대상이 된 도시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작가는 작품이 공개되는 전시 공간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서울에서도 빈번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이 공존하며, 가장 도시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강남구 테헤란로 한복판에서 전시하게 됐습니다.”

그곳은 ‘빈번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 중 상당수가 서로 잊혀진 존재일 수 있는 곳이다. 전시 공간 선택마저도 잊혀짐을 일깨우려 하는 작가의 배려처럼 느껴진다.

■  이재명은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도심의 풍경을 주로 그린 그는 제10회 ‘금호 영 아티스트’의 <에어리어>(2011, 금호미술관)로 시작해 <짙은 초록>(2016, 63art 미술관), <가장자리>(2018, KSD갤러리)로 개인전을 열었다. 2018년 제4회 포스코미술관 신진작가로 선정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난해한 현대무용에 성적 억압 등 스토리 가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