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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리 Jan 18. 2019

내 몸에 대한 고찰

창작무용 ‘넛크러셔’ 안무가 허성임

“케이팝을 하는 여성은 왜 섹시함을 강요받고 보여주려 할까?”


 ‘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안무가 허성임은 1월 18~20일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이는 <넛크러셔>(Nutcrusher)를 만들면서 이런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여성 무용수와 동양계 이민자로 살아온 그는 이 작품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상품화되고, 도구화되는지를 보여준다. 

‘호두 분쇄기’로 직역되는 <넛크러셔>엔 어떤 뜻이 숨겨 있을까. “<호두까기 인형> 발레를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왜 작품 속에선 발레리나(여성 무용수)는 언제나 깃털처럼 가볍고, 발레리노(남성 무용수)와 역할이 구분되어 있을까에 의문이 생겼어요.”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그동안 다양한 국가 출신의 연출자들과 작업해왔다. 하지만 연출자들은 늘 동양 여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게 박혀 있었다. “왜 아시아 여성들에게 순수, 섹시, 청순, 젊음을 보고 싶어 할까?”

공연은 여성의 몸을 외부의 제3자가 ‘바라보는 몸’, 의도와 상관없이 ‘보이는 몸’, 자신의 의도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몸’ 등 서로 다른 시각으로 조명한다. 허성임은 대만·그리스 여성 무용수와 함께 직접 무용수로 출연해 50분 동안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선보인다. 거기엔 “섹시한 뒷모습, 긴 생머리, 반짝이는 엉덩이로 대변되는” 익숙해져버린 대상화된 여성의 모습과 함께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저항과 갈등까지를 담았다. 허 안무가는 “공연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여자의 몸, 그리고 자유’”라 말한다.

“이 공연은 남성과 여성을 갈라놓는 부정적인 작업이 아닙니다. 사회가 바라는 여성의 몸으로부터 잠시나마 외출을 꿈꾸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이 작은 숨구멍이 언젠가는 더 커지길 바랄 뿐입니다.” 

■  허성임은 벨기에 파츠(P.A.R.T.S) 안무자 과정을 졸업했다. <모다페>(2008), <한팩 솔로이스트>(2013), <서울국제공연예술제>(2013) 등에 참여했으며 2014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 초청작 ‘머쉬룸’ 무용수로 내한했다. 2015년 벨기에 아바토와 페르메 극단과의 합작은 춤비평가협회 ‘올해의 베스트 작품상’을 받았다. 현재는 벨기에 니드컴퍼니의 객원 단원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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