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비명자들1>로 ‘소수자 고통’ 살피는 연출가 이해성
“사회적 약자들은 모두 만난 거 같아요.”
문화예술계 검열에 저항하는 ‘광장극장 블랙텐트’ 극장장이었던 연출가 이해성(50)은 2017년 5월 광화문광장에서 108일간 노숙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털어놨다. 살을 에는 강추위로 뒤덮인 당시, 광장은 탄압에 억눌린 예술가뿐 아니라 해고노동자와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로 가득 찼다. 그랬던 기억 때문일까. 그가 해왔던 전작들을 살펴보면 유독 ‘상처받는 소수자의 외침’이 많아 보인다. 위안부 할머니와 장자연 사건을 다룬 대표작 <빨간시>와 자본주의 병폐와 과소유를 꼬집은 <살>이 대표적이다. 그도 자신의 모든 작품이 ‘고통’으로 통한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오는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비명자들1>에 대해 “이런 고통을 하나로 집대성한 것”이라 소개했다.
이번 작품은 고통의 생성과 소멸을 다룬 <비명자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재작년에 첫선을 보인 <비명자들2>의 후속작인데, 그동안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해 서사극으로 풀어냈다. 총 3부작 시리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배경인 <비명자들2>, 중국이 학살을 자행한 티베트를 다룬 <비명자들1>, 그리고 한국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비무장지대(DMZ) 이야기인 <비명자들3>으로 이뤄졌다. 시리즈 번호가 뒤바뀐 이유를 이 연출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첫 작품을 올리다보니 전후의 에피소드가 필요했어요. <비명자들1>은 첫 번째 작품 이전 에피소드죠.”
이 연출가는 이번 공연이 자본주의 폭력에 내몰린 좀비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런 좀비들이 외치는 비명은 누군가를 해치는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구해달라는 피해자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며, 사회 전체에 만연한 ‘고통’ 자체에 주목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 이해성은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에 창단한 극단 고래의 배우이자 작가로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에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과 희곡상을, 2016년에 서울연극대상 대상을, 2017년에 서울특별시 문화상 연극 부문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연극 고래> <빨간시> <불량 청년> <사라지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