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 공연 앞둔 해금 연주자 강지은
“당신에게 삶과 죽음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해금 연주자 강지은(35)은 오는 22~2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개되는 전통공연 <생사의>를 앞두고 이렇게 물었다. “왜 이 예술을 하나요?”라는 뜻이 담긴 ‘왓와이아트’(WhatWhy Art) 대표로서 고민과 맞닿아 있는 듯 보인다. ‘죽음에 관한 삶의 음악’이라는 부제가 붙을 정도로 이번 공연은 ‘죽음’과 관련된 곡들로 채워졌다.
그는 “왕의 제사에 사용되는 ‘종묘제례악’을 이수할 때도 그렇지만 굿‧범패‧상여소리 등 죽음과 관련된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중학교 이후 평생 해금을 연주해오면서 전통과 현대음악에서도 ‘박제화 징후’를 발견했단다. “입시와 오디션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연주한 전통음악은 악보에 따라 잘 연주된 것일 뿐이지 이것이 나의 음악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이런 전통음악의 재현이 박물관 안의 박제품과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 일종의 ‘음악의 죽음’이다. 그래서 6년간의 국립부산국악원 생활을 정리하고 현대음악의 중심인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다.
그는 그곳에서 클래식 작곡기법 안에 해금연주가 녹아드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새로운 생명력’이다. 이번 공연에 연주되는 ‘Endless Summer’가 대표 사례다. 이 곡은 지난해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인 <귀향>을 작곡한 세바스티안 클라렌이 작곡했다. 강지은은 그에게 ‘종묘제례악’을 들려주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고 한다. 클라렌은 그 느낌을 가지고 클래식 작곡기법으로 이 곡을 완성했다. 그 곡을 다시 강지은(해금)‧유홍(대금)‧김준영(거문고)‧김웅식(타악)‧안이호(소리) 다섯사람의 전통악기 연주자가 연주한다.
죽은 이를 위한 종묘제레악이 ‘Endless Summer’를 통해 전통음악에 어떤 ‘새 생명력’을 보탤지 기대된다.
■ 강지은은 국립국악중·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 국악과를 졸업했다. 중요무형문화재 1호인 종묘제례악을 이수했으며, 서울시청소년국악관현악단, 한국음악 프로젝트 그룹 ‘비빙’ 동인, 국립부산국악원 단원을 거쳐 현재는 창작프로젝트 그룹 ‘왓와이아트’의 대표다. 2011~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예술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