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효자 자산이던 '단지 내 상가' 어쩌다 애물단지 되었나?
잠실우성4차, 상가 계획 철회...1월 24일 총회서 변경안 의결 추진
여의도 공작은 상가 축소...신반포7차도 중심시설용지 없애
공실·업종 변화에 임대료 하향 압박...상권 이동이 판도 바꿔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 안정적인 분양 수입과 임대 수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효자 자산'이던 단지 상가는 이제 조합이 가장 먼저 줄이거나 아예 제외하려는 대상이 됐다.
상가를 통해 사업성을 보완하던 기존 공식이 흔들리면서 재건축 사업의 계산법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우성4차 재건축 조합은 지상·지하를 합쳐 473㎡ 규모로 계획돼 있던 단지 내 상가를 짓지 않는 방향으로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관리처분계획상 상가 일반분양을 통해 약 82억원의 수입이 예상됐지만, 조합은 해당 수익을 포기하기로 했다. 현재 단지 내 상가의 공실률이 높고, 상가 분양을 원하는 조합원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여의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 재건축은 당초 1만4000㎡에 달하던 상가 면적을 5200㎡로 대폭 축소하는 정비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상가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 향후 미분양과 공실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7차 역시 재건축 과정에서 중심시설용지를 없애 상가 규모를 크게 줄이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처럼 상가를 줄이거나 없애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실 리스크'다.
과거에는 입주와 동시에 상가 분양이 이뤄지고, 임대도 비교적 수월했지만 최근에는 준공 이후 상당 기간 공실이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상가 분양이 지연될 경우 조합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입주 후에도 비어 있는 상가는 단지 전체 이미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종 구조 변화도 단지 상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병원·학원·소형 음식점 등 전통적인 단지 내 상가 업종은 대형 상권이나 전문 상가로 이동하고 있고, 배달과 온라인 소비 확산으로 근린 상권의 체류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 단지 내 상가가 과거처럼 '입주민 필수 시설'을 독점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셈이다.
여기에 임대료 하향 압박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상가 분양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책정되지만, 실제 임대 시장에서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가 제한적이다. 결과적으로 분양가는 높고 임대 수익은 낮은 구조가 형성되면서 상가는 조합과 수분양자 모두에게 부담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상권 이동도 단지 내 상가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역세권과 대형 복합몰 중심의 상권이 성장하면서, 단지 내부 상가는 외부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입주민 수요만으로는 상가를 채우기 힘든 상황에서, 상가의 경제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재건축 조합들은 선택지를 바꾸고 있다.
상가를 통한 불확실한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미분양 가능성이 낮고 수요가 명확한 아파트 물량을 늘려 사업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판단이다. 조합원 다수가 상가 분양을 원하지 않는 경우, 상가를 유지할 명분 역시 약해진다.
다만 상가 축소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쟁점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기존 상가 소유자의 권리 산정과 보상 방식, 상가를 아파트로 전환할 경우의 분양 기준과 추가 부담 문제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도적 정비 없이 상가 축소가 확산될 경우,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가는 한때 조합 수익을 키우는 핵심 카드였지만, 지금은 사업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변수로 바뀌었다"며 "잠실과 여의도 사례처럼 실제 현장에서 상가가 외면받는 구조가 확인되는 만큼, 상가를 줄이거나 없애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