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용 꼬마 전복, 껍데기

아름다운 호흡의 흔적, 예술적 형상들

by 일상여행자
크기가 작긴 해도 1만 원에 26개여서 라면에도, 해물탕 등에도 활용, 굿 물맛이 시원하다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대표작 <최후의 만찬> 그림에 대한 일화다. 다빈치는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점에서 3년이 지난 후에야 작품이 완성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빈치가 예수와 유다 모델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란 말도 있지만, 실제로는 식탁에 어떤 음식을 그려 넣어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느라 그만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오늘은 식탁에 뭘 차리지?”

오랜만에 새벽에 서호시장에 갔다. 꼬마 전복이 눈에 띄었다. 크기가 적어 상품성이 없는 전복을 싸게 판다고 했다. 크기가 작긴 했다. 그렇지만 1만 원에 26개이니 가격이 정말 싸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입한 꼬마 전복을 깨끗이 씻어 전복 버터구이, 해물탕, 전복 스파게티용으로 랩에 4~5개씩 담아 냉장고에 넣고 나머지로는 전복라면을 끓였다. 대파를 약간 넣고 수프는 조금만 넣었는데 시원한 국물 맛이 좋았다

전복껍데기(밖).jpg 전복껍데기에 있는 조그마한 구멍들, 전복의 호흡 공... 생명의 흔적들이다


전복껍데기를 깨끗이 씻어 말려 베란다에 종이를 깔고 펼친 채 말렸다. 무지개 색을 띠는 전복 껍데기의 진주층(narcre)은 탄산칼슘과 유기물이 교대로 겹겹이 쌓인 구조로 그 오묘한 빛깔은 언제 봐도 예쁘다.

전복껍데기(안).jpg 일정한 간격을 이루고 있다. 자연의 시각적 질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전복껍데기에는 일정하게 조그마한 구멍들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가 뚫려있다. 이것은 전복의 호흡 공이다. 전복의 호흡 공은 태어난 때부터 있던 게 아니라 성장되면서 생기는데 제일 먼저 생겨난 호흡 공이 폐쇄가 되면 늦게 생긴 호흡 공이 뚫리면서 형태와 모양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작은 것에 깃든 생명의 흔적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구멍은 일정한 간격을 이루고 있다. 자연의 시각적 질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전복껍데기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인간이 만든 어떤 건축물보다 정교하게 껍질이 만들어진 걸 볼 수 있다. 먼저 껍질의 바깥층과 안층이 확실하게 구별된다. 바깥층은 껍질 면과 수직으로 정렬된 기둥으로 가득 차 있다. 이에 비해 안층에는 수평으로 얇은 판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마치 벽돌을 쌓아놓은 모습과 유사하다.

책.jpg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른스트 헤켈이 쓴 <자연의 예술적 형상들>

우리가 현재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생태학이란 용어는 1866년 독일의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이 처음으로 사용하였고 대중화시켰다.


헤켈은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았다. 헤켈은 1899년부터 1904년까지 6년에 걸쳐서 <자연의 예술적 형상> 책 10권을 출간했다. 각 권에는 도판이 10쪽씩 실려있다. 헤켈은 특히 자신이 정통했던 방상충을 비롯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해양생물을 그리고 설명을 붙였다. ‘격자형 껍데기의 장식’이란 항목에서 헤켈은 ‘방상충의 격자형 껍데기는 아라비아의 건축양식과 견준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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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상충의 격자형 껍데기처럼 전복껍데기... 조개껍질들의 시각적 아름다움은 많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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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보면 전복껍데기뿐 인가? 지금까지 무심코 보고 넘겼던 자연의 멋진 형상들을 발견해보자. 홍 가리비, 뿔소라 등 지나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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