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행복'하려면 내 맘대로 레시피

기본 레시피에 좋아하는 요리법 추가, 버리는 줄 알았던 재료 발견해 요

by 일상여행자
신선한 자극에 필요할 때 면 방아잎 부침개에 레몬즙을 아주 듬뿍 뿌려 먹는다. 새콤, 상큼, 알싸 하안 맛의 조화가 새롭다

버트런드 러셀(B. Russel)은 그의 책 <행복의 정복>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에 비해서 훨씬 더 즐겁다. 책을 읽을 기회는 축구를 관람하는 기회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처럼 요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기존 요리법을 참고하되 내마암~대로 레시피로 요리하고 맛을 경험해보니 즐겁다


직장일로 1년여 경남 통영에 머물 때다. 그곳에 사는 동안 요리하는 습관 덕분에 자주 행복할 수 있었다. 요리에 대한 호기심은 <통영 백미>, 부제가 ‘기다림 속에 찾아오는 사계절 바다의 맛이라는 책 덕분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계절의 변화에 따른 통영의 제철 재료와 함께 조리법이 소개된 책이다.


처음엔 이 책을 맛 지도삼아 한겨울엔 졸복국을 먹어야지 2월엔 멍게가 제철 이내... 4월 봄엔 도다리 쑥국...

아하!! '쑥 향기가 얼마나 향긋할까?' 상상하며 계절 음식을 기대하고, 기다림에 설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졸복국을 먹던 식당 옆 골목길과 이어지는 곳이 서호시장이란 걸 알게 됐다. 이곳은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중앙시장과 달리 통영지역 사람들이 먹는 일상음식, 말하자면 매일의 국거리,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들르는 새벽시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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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장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어느 날 이른 아침 6시에 일어나 자동차를 운전하고 집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서호시장으로 달려갔다. 서호시장에서는 모든 생선들을 요리법에 따라 손질해 줬다. 집밥보다는 외식에 익숙해서 요리하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에겐 반가운 일. 더군다나 재료 자체가 살아 있어 따로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음식이 맛있을 테니 초보 요리사로선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으흠 요리를 해볼까?... 해보자” 싶었다.


봄날의 서호시장엔 숭어가 많았다.


“그럼 먼저 책에 나온 대로 숭어 껍질 말이 밥을 만들어 볼까?”


책에 보면

'숭어 껍질 밥 말아먹다 논 판다’는 말이 나온다. 너무 맛있어서 일도 안 하고 계속 음식만을 탐하게 되어 논 즉 재산을 탕진하게 될 만큼 숭어 껍질이 맛있다는 것이다




새벽 시장에서 숭어 한 마리를 1만 원에 샀다.

“숭어를 회로 먹을 거고요 껍질도 버리지 말고 주세요”


“껍질을 뭐 에쓰 게....”

"숭어 껍질 가지고 밥 싸 먹을라고요... “


숭어회와 달리 숭어 껍질 말이 밥이 통영 시민들에게 일상적이진 않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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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에는 '숭어껍질에 밥말아먹다 논판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숭어껍질이 너무 맛있어서 먹는것만 탐하다 일을 뒷전으로 하게 돤다는 말이다.

끓는 물에 숭어 껍질을 살짝 데쳐 찬물에 식힌 다음 밥을 김밥처럼 숭어 껍질로 돌돌 말았다. 책에서는 묵은지를 곁들이면 좋다고 했는데 묵은지뿐 아니라 맨밥에 바질 잎, 김을 함께 곁들여 말아먹어봐도 좋았다.

그 후로는 시장에 가면 내가 산 숭어 껍질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숭어 껍질까지 챙겨주셨다. 다른 현지 인분의 말로는 갓 잡은 고등어 껍질 요리는 숭어 껍질보다 훨씬 맛있다고 했다.


버리는 줄, 버렸던 재료를 다시 발견 한 기쁨, 게다가 그 감칠맛 또한 일품이니 큰 기쁨은 아니어도 작은 기쁨은 덤이다


미역국에는 도다리나 낭태를 넣어도 맛있다는 말에 미역국을 끓일 때는 통영식으로 도다리 미역국을 끓여 맛있게 먹었다. 예전에 멍게는 회나 비빔밥 재료인 줄만 알았는데 시장에서 전해 들은 레시피로 만든 멍게 된장국도 별미였다


문어 철에는 돌문어를 사서 문어숙회를 해 먹었다. 문어 껍질을 말려서 튀김은 아직 안 해봤지만 내장까지 삶아 먹어보니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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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문어숙회를 해먹었다. 내장까지 삶아 먹으니 별미다. 삶은 언제나 배울 것이 가득하다



그동안 나는 직장생활 등으로 요리할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요리를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요리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할 텐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상 요리를 해보겠다 마음먹으니 책에도 유튜브에도 다양한 레시피가 너무나 많았다. 손질법, 심지어 생선 내장에서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까지 구분해주는 내용도 있어 참고했다.


이렇듯 요리는 같은 재료이지만 기존의 레시피, 지역마다의 레시피, 여기에 내가 추억하는 수많은 좋은 맛의 레시피를 모두 섞어 하나의 맛에 이를 때까지. 촉각, 후각 등 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하나의 일상예술이다.


특히 통영에 살 때 거의 모든 음식에 방아잎을 넣어 요리했다. 어찌 보면 강한 향인데도 상큼하고 알싸한 그 향이 좋았다. 방아잎 부침개, 방아잎 부추 부침개, 방아잎 고등어 김치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제약이 많다. 그런데 요리는 식재료부터 조리법까지, 심지어 먹는 방법도 모두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해방구역이다. 내가 먹을 음식 내 혀끝이 원하는 대로 하는데 누가 뭐라 할까!!


방아잎은 향뿐만 아니라 면역력, 구토 증세 완화에도 효력이 있다고 한다. 일석이조다


요리를 하지 않았다면 한 달에 한두 번 행복할 뻔했다.


요리를 했기에 자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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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잎과 부추재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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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잎만으로 부침개, 부추를 넣으면 방아잎 부추 부침개, 김치를 넣으면 방아잎 김치 레시피가 된다. 내맘대로 레시피는 무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