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만 하고 싶은 나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
어른이 되면서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기 위해서는 늘 책임이 따랐다.
부모가 되고 나니 책임져야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좋은 일만 할 수 없고, 싫은 일도 해야 했다. 자식일은 더 그랬다.
나이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나는 아직 마흔은 좀 남았건만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혼란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내가 좋아서 했던 것들도 어느새 내 발목을 잡고 벗어나고 싶어도 강력하게 매달린 책임의 족쇄가 나를 그저 두지 않는다.
이제는 다 내려놓고 훌훌 떠나고 싶은데 내게 주어진 모든 공기가 내게 속한 책임을 상기시키며 또 나를 주저앉힌다.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지 않다.
일상의 번아웃 일까. 아니면 극에 달한 게으름일까.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반만 하고 관두면 안 되는 걸까. 왜 우리는 꼭 완주를 목표로 해야만 할까.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리다가 걸으면 안 될까, 그마저도 하기 싫음 관둬버리면 안 될까.
언제까지나 책임을 운운하며 끝을 향해 달리는 것만이 미덕이고 인정이며 중도에 멈추는 것은 나약이며 부덕이라고 , 모두가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배워왔다. 배운 대로만 돌아가지 않는 세상을 여러 해 겪으면서 그 책임을 꼭 왜 내가 져야만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훌훌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책임질 것이 많아서 아프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엄마에게 맡겨버리고 싶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면서 잠들어 버리고 싶다. 오늘 하루도 책임지기 버거웠는데 내일 밥상까지 책임져야 하는 이 무게가 지긋지긋하다. 하루만 책임지지 않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이 글도 별다른 책임 없이 닫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