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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 Jul 13. 2021

엄마는 누가 위로하지?

영화 <어바웃레이>를 보고

글쓰기 수업 과제여서 영화 <어바웃 레이>를 구매해서 보았다.


싱글맘 매기가 딸이었던 라모나를 아들 레이로 받아들여가는 과정, 그 중에서도 남성호르몬을 주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이미 네살때부터 스스로 깨달은 아이덴티티는 남성.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소녀는 소년이 되기위해 엄마라는 큰 산을 넘어야만 했을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그런 난관을 그린 게 아니라 이미 아이의 젠더를 아들로 인정한 후부터 시작한다.



이해는 한다. 이제 딸이 아니라 아들이라는 것. 그러나 주사를 놓는 문제는 다른 일이다. 신체를 강제적으로 변하게 만드는 것, 후회해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삶. 그리고 위험부담까지. 게다가 엄마가 어찌어찌 서명한다해도 아버지의 서명도 필요하단다. 레이의 아버지 크렉 워커는 어릴 때 둘을 떠나 새가족을 이뤄 살고 있다.

엄마 매기는 자존심 버리고 찾아갔으나 크렉은 안전을 핑계로 서명을 거부한다.



내가 가장 가슴아팠던 부분은 매기가 레이를 데리러 크렉을 찾아가서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거기서 만난 레이는 어제와 다른 헤어스타일이었다. 사인을 해주지 않는 아버지와 담판을 짓기 위해 아예 삭발하였는데 매기는 그걸 처음 본지라 당황했다. 그런데 크렉과 이야기 하는 중에 "그러다가 자살하면?" 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도 한다. "다시는 저렇게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는데!"


이미 오래전에도 어떠한 식으로든 신체를 달라지게 했었다는 정보였다.



레이가 성정체성을 확신하고 엄마를 설득하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 그걸 지켜보면서 자기 마음을 얼마나 구겨넣었을지 매기의 모습을 보면서 잘 알 수 있었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내 아이가 어떻게 돼버릴까봐, 가출할까봐, 자살할까봐 엄마는 싫다고 말하지 못한다. 피울음을 삼키고 자기 마음을 다스려야한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못하는 삶, 엄마는 누가 안아주지?



하지만 엄마는 상관없다. 내 새끼만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자기 마음이 다치는 건 돌볼겨를이 없다. 오히려 자식은 부모에게 기대서 하고 싶은대로 하고 있지 않나?


나는 레이를 바라보는 매기를 보면서 몇번이고 눈물을 찍었다. 내 생각이 참 많이 났다.



아버지가 처음부터 부재하지 말았으면 좋았겠지만 어쩌면 아버지가 없었기 때문에 엄마는 아들이 되려하는 딸을 인정하기 쉬웠을지도 모른다. 레이는 엄마가 아버지를 떠나게해서 자기 인생이 꼬였다말하지만 아버지가 있었다면 두 명을 설득했어야 했다. 힘든건 매기였다. 친정엄마가 둘(?)이나 있지만 결국 레이는 매기로부터 출항이 결정된다. 어쨌든 내가 결정해야 하는 아이의 진로. 아이에게 놔야 하는 주사. 그 책임도 비감도 모두 엄마의 것이다.



지금도 사춘기지만 정말 힘들었을 때가 있었다. 아이하고 다투면서 언성이 높아지다가 방문 딱 닫고 들어가서 엉엉우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이 방 밖을 서성거렸다. 싸울 때는 서로 상처주는 말을 하다가 눈에서 안보이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창문으로 뛰어내릴까봐 그 방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죽고싶다는 아이의 메모를 여러번 본 후였고, 집에 돌아오면 축 쳐진 어깨를 더 늘어뜨리며, 엄마 나 좀 살려줘라며 엉엉울던 때였다.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 나도 아프던 시절이었다. 아픈 엄마는 아픈 엄마를 더 잘 알아보는 법이다. 우리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



젠더 문제를 떠나서도 이 영화는 대단히 좋은 영화다. '레이에 관하여' 라는 제목을 가뿐히 뛰어넘어 '조금 특별한 아이를 둔 엄마에 대하여' 로 바꿔도 손색없는 영화였다. 영화든 소설이든 '나'를 비춰보기에 어려움이 없고 함빡 흘린 눈물 뒤에 나름의 치유가 있다면 그 소비는 훌륭하다. 이 영화가 내게 그랬다.


이제 앞으로의 삶은 솔직히 두배는 버거울 것이다. 완전히 트랜스되지 못한 신체를 가지고 시간을 죽이며 타인을 설득하며 나아가야 하는 고된 길이다. 그러나 레이 패밀리는 해낼 것이다. 매기도 이제 좀 자유로워지길. 리뷰를 쓰면서 또 울컥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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