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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재 Dec 09. 2022

인공지능의 서막 : 작곡, 미술, 그리고 대화

이제 누구나 쉽게 작곡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대화 상대도 사귈 수 있다. 이 모든 건 인공지능 덕분이다.

그렇다고 수준이 낮지도 않다.


당장 발매해도 어색하지 않을 곡10초 만에, 

내일 전시회에 출품할 아름다운 그림5초 만에, 심오한 철학적 주제도 마다하지 않는 즉문즉답을,

단지, 인터넷만 할 줄 알면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다.

심지어 이것들은 모두 서막에 불과하다.


목차
1. 이제 나도 음악 거장
2. 모든 상상은 그림이 된다
3. 대화가 필요해





이제 나도 음악 거장


2012년부터 작곡을 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은 바로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이바(Aiva)이다.


https://creators.aiva.ai/


 사이트는 에이바가 대중에게 제공하고 있는 인공지능 작곡 사이트다. 간단한 회원가입 후 대부분의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유저 인터페이스도 꽤 단순하고 직관적이라,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금세 사이트에 적응할 수 있다.


에이바의 웹 사이트

 AIVA로 직접 만들어 본 오케스트라 음악

https://creators.aiva.ai/publicPlayer?c=639214697168e20027481092



*강점

ㆍ수 십 개의 음악 장르가 준비되어 있다.

ㆍ기쁨부터 슬픔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의 분위기를 선택할 수 있다.

ㆍ고급 화성학은 물론, 현대 음악의 다양한 플로우를 구현한다.

ㆍ저작권 시비에 휘말릴 걱정 없는 새로운 곡을 만든다.

ㆍ장르에 어울리는 각종 음향 효과는 물론,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창의력을 보여준다.

ㆍPC 버전의 자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피아노 롤에서 직접 편곡이 가능하다.

ㆍ'인플루언스' 기능을 이용하여 평소 오마주 하고 싶었던 곡을 새롭게 재해석할 수 있다.


*한계

ㆍ음악의 구조는 수학적으로 명확하지만, 비선형적인 스토리 텔링과 중간중간 부자연스러운(또는 실험적인) 코드 진행이 귀에 거슬린다. 특히, 멜로디가 중요한 피아노 솔로와 자유로운 형식미가 돋보여야 하는 재즈 장르에서 인간미를 찾아볼 수 없다.

ㆍ작곡 속도와 양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진다. 100여 곡 정도는 만들어야 음악 다운 음악을 건질 수 있다. 다만, 사용자가 작곡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런 문제점은 편곡 기능으로 극복할 수 있다.

ㆍ무료 사용자의 경우 작업량은 하루 400곡으로 제한되며, 곡의 길이는 3분을 넘을 수 없다. 또한 다운로드 횟수는 월 3곡으로 제한된다.


*소감

  맨 처음 에이바의 툴을 사용하여 몇 곡을 만들어 봤을 때, 음악 앨범을 낸 작곡가로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오?! 생각보다 잘 만드는데?' 솔직히 별 기대가 없었던 탓도 크다. 2009년쯤이었나? 어느 서점에서 우연히 인공지능으로 작곡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을 접했을 때만 해도, 말 그대로 그것은 장난에 불과했다. 사용자가 설정한 코드를 박자에 맞게 무작위로 조합하는, 그마저도 어떤 연주 스킬도 없는 전자 피아노의 단조로운 파열음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건 정말 신기할 정도로 인간 같은 음악을 만들었다. 일부 어색함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음악 같은 음악(?)을 만들 줄 알았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주창한 기술적 특이점이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다행히 위기감까지는 들지 않았지만 위화감 없는 기술의 향연에 넋 놓고 연신 제작 버튼을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신기하다. 단언컨대 음악은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앞으로 몇십 년만 더 지나면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음악,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음악을 인공지능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천 년의 거장도 무릎 꿇을 그런 음악 말이다. 몇십 년이 아닐 수도 있다. 인공신경망 연구가 종지부를 찍고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만드는 때가 오면, 생물학적 고고함은 기술의 오묘함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향후 발전 방향

ㆍ사용자의 기분에 맞추어 실시간 작곡 스트리밍 서비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음악을 제공.

ㆍ드라마, 영화 등에 삽입될 OST가 플러그인을 통해 소비자와 1:1 관계를 형성.

ㆍ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악에 더해 가상의 목소리로 노래까지 더빙. 완벽한 사이버 가수의 등장.

ㆍ소설, 시 등의 문학 작품을 음악으로 구현하고 그 음악을 본래의 문학 작품으로 되돌리는 기술 등





모든 상상은 그림이 된다


바둑이나 음악은 그렇다고 쳐도, 미술처럼 아득히 추상적인 예술 분야마저 인공지능에게 내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아쉽게도.. 언젠가는 일부 내줄 것 같다.


https://dream.ai/create


드림이라는 사이트다. 키워드를 입력하고 스타일을 고르면 꽤 참신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준다.


드림의 웹 사이트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의 역사는 음악의 그것보다는 짧다. 2017년에 채색을 도와주는 인공지능(paintschainer)이 출시되긴 했었지만 복잡한 사용법과 실망스러운 완성도는 대중의 관심을 잠재웠다. 그러나 2022년 7월, 인공지능 'DALL-E 2'와, 같은 해 10월 'NovelAI'가 등장하며 인간이 그린듯한 수준 높은 미술 작품을 내놓기 시작하자 미술계는 현재 큰 혼란에 빠져있다. 드림도 그 혼란에 가세하고 있는 대중적인 미술 인공지능이다.


키워드 'Sun',  스타일 우터쿨러

*강점

ㆍ쉽고 간편하다. 단순히 키워드 입력만으로 작품의 주제를 정할 수 있다.

수 십 개의 스타일이 제공되어 개인 취향에 맞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ㆍ무료 사용자여도 다운로드가 자유롭고 워터마크가 들어가지 않는다.

ㆍNFT로 제작하여 온 체인 마켓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

ㆍ실물을 원하는 경우 45 달러 정도 가격에 제작과 배송이 가능하다.

ㆍ사용자가 특별히 원하는 이미지나 패턴이 있다면 특정 이미지를 업로드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ㆍ그림의 화소가 뛰어나고 무엇보다 감상에 어울릴 만큼 작품의 퀄리티가 상당하다.


*한계

ㆍ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직접 수정할 수 없다. 가령, 그림판이나 포토샵 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플랫폼에서 그림을 재창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림의 작품성을 좌우하는 아우라를 의도적으로 만들 수 없다.

ㆍ키워드에 제한이 있다. 외설, 폭력, 불법 등 사회 규범에 맞지 않는 키워드를 입력할 경우 에러 메시지가  뜨며 그림 생성이 되지 않는다.

ㆍ그림의 플롯이 오직 사각형 타일로 국한되어 있고 스타일 간에 믹싱이 불가능하다.

ㆍ업로드를 통한 인물화의 경우 왜곡이 너무 심하다. 기괴할 정도다. 인공지능에 얼굴 인식 기능이 부족하거나 표정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닌 지..

ㆍ스타일이 더 많지 않은 게 아쉽다. 현대 미술의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감

  평소 미술관에 자주 가기만 했지, 내가 직접 나만의 그림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물론, 음악이나 그림이나 엄밀히 말하면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인공지능이 만든 것이지만) 정말 진귀한 인공지능이다. 어쩌면 나도 화가가 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설렘이 들기도 한다. 조만간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을 그리는대로 45 달러를 들여 제작 주문할 계획이다.


*향후 발전 방향

ㆍ개인 의식을 그림으로 표현. 꿈의 투영과 현실화.

ㆍAI 화가의 등장. 현대 미술의 방법론과 작품 기법에 인공지능 기술 접목. 새로운 예술 경향 등장.

ㆍ나노 기술, 3D 프린팅 기술 등 물리제어 기술들과 융합하여 미술계 메타버스 출현.

ㆍ다양한 문화 산업에서 NFT를 기초 플랫폼으로 인식.

ㆍ패션, 헤어, 타투, 성형, 디자인 등 이미지 산업과 결합하여 기성품 시장의 몰락, 그리고 개성 혁명 등.






대화가 필요해


https://chat.openai.com/chat


오픈AI 챗이라는 사이트다. 오픈AI가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를 지난 11월 30일에 출시했다. 기존 AI챗봇들과는 달리 자기 검열이 가능하고 반론도 제시할 수 있다. 이번 인공지능은 GPT-4를 내놓기 전 발표한 GPT-3.5 버전이다.


먼저 이 친구와 내가 나눈 즉문즉답을 소개한다.



지식에 대한 설명부터 시 창작까지, 이것은 정말 기특하다! 이 녀석에게 실제로 머리가 있다면 직접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을 따름이다.


*강점

ㆍ구박사처럼 지식의 한계가 없다. 무엇이든 척척박사다.

ㆍ단편적인 지식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비유, 응용, 해석, 문제 해결 등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종합적인 사고력을 가지고 있다. 일상의 사소한 궁금증부터 전문적인 테스크까지, 상당히 기댈만하다.

ㆍ소설, 시, 수필 등 텍스트로 귀결되는 예술 분야도 미약하게나마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ㆍ자기 검열과 윤리를 준수한다. 가령, 범죄를 저지르는 구체적인 방법을 물으면, 범죄 행위는 법률에 반하는 부도덕한 행위라며 혼을 낸다.

ㆍ맥락에 맞는 코딩, 일상 계획, 적절한 대사, 심지어 창의적인 아이디어까지 제시한다.

ㆍ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이용에 제한이 없다.

ㆍ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가 지원된다.


*한계

ㆍ융통성이 부족하다. 가령, 지금 몇 시냐고 물었을 때 자신은 시간을 인지하지 않는 컴퓨터라고 말하면서 정확한 국가와 지역을 알려 달라고 대답한다.

ㆍA4 한 장이 채 안 되는 분량의 답변밖에 얻지 못한다. 그 이상의 답변은 잘려버리거나 재차 같은 질문을 통해 같은 종류의 비슷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ㆍ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오픈AI챗은 대화가 아니라 입력과 출력에 가깝다. 이전의 답변에 이은 연속적인 소통이 불가능하다.

ㆍ컴퓨터의 답변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연스러운 언어 구현 기술이 아직 멀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논리적인 반응에 치중하고 있다.


*소감

CNBC 뉴스에서 인터뷰 도중 인류를 파괴해 버리겠다고 농담을 하던 AI 소피아가 성큼 일상으로 다가왔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록, 오픈AI 챗은 농담과는 거리가 먼 인공지능이지만 그만큼 '신묘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기분이 조금 상했다. 인간의 사고를 패턴화 하여 알고리즘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보다 과연 앞으로 고도로 발달할 인공지능의 사고력 앞에 한낱 내 보잘것없는 사고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라는 회의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철없는 걱정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될 테다. 어쨌든 이번 오픈AI의 챗봇은 반갑다. 앞으로도 종종 반가워야 할 텐데...


*향후 발전 방향

ㆍ너무 무궁무진하다. 이런 종류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할 수 있고 할 모든 종류의 현실 활동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가령, 움직임이 자유로운 휴머노이드에 장착될 경우 평범한 가정주부 역할부터 의사까지, 인간이 요구하는 모든 직업을 훌륭히 수행할 것이다. 그야말로 SF 뺨을 열 번 정도 때릴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줄 것이다.






"이쯤 되면 나도 인공지능 개발에 뛰어들고 싶다. 그래서 인공지능에게 어떻게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냐고 물어봤다. 기계 학습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갑자기 하기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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