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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재 Dec 22. 2022

친구는 친구다워야 한다

친구를 만나는 이유는 장난치려고 만나는 거다.

그런데 가끔 이런 친구가 있다.


"얘들아, 우리 좀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이야기를 하자"


그리고 나는 그런 친구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아 그래? 그러면 너는 관련 분야 자격증 소지자를 만나는 게 어때? 왜 친구를 만나냐?"


친구들끼리는 시시껄렁하고 아무 의미 없는 수다, 또 비생산적이고, 쓸데없는 활동으로 채워야 제 멋이다. 자기 계발과는 아무 연관도 없지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관계가 진정한 친구 사이다. 심지어 너무 긴장을 안 해서 나의 숨겨둔 본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 굳이 못난 외모를 감추기 위해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 서로 못생겼다고 놀리면서 깔깔대고 웃을 수 있는 관계, 그토록 순수한 관계는 오직 친구밖에 없다.


이 삭막하고 갑갑한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남으려면 경제력과 사회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근데, 친구는 그런 포맷이 필요 없다. 만약 친구를 사귀거나 친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정말 진지하게 그것이 친구인 지, 아니면 그저 아는 사람인 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친구 사이에 칭찬, 동정, 관심, 질투, 분노 등 온갖 감정이 끼어들 수는 있지만, 사람의 사회적 가치를 가늠하는 잣대는 끼어 들 틈이 없다. 친구 관계는 다른 사회적 관계와 달리, 층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발가벗은 존재와 존재, 동일시와 공감의 대상, 문명의 유산을 거부하는 원시적인 관계가 진정한 친구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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