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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재 Dec 20. 2022

외로울 수밖에

  외롭다. 외로워서 더 외롭다. 세상은 더 연결되고 조밀해지고 있지만, 오히려 외로움이 더 커지는 이유는 뭘까? 단지, 혼자라서 외롭다는 설명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오늘처럼 더 많이 외로운 날이면, 외로움에 대한 고찰로 외로움을 덜어내려 애쓴다.



•목차

1. 우리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

2. 외로움의 부작용

3. 외로움을 덜어내는 방법




1. 우리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


(1) 감정의 신호

  외로움은 주관적인 감정이다. 겉보기에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람이지만 외로울 수도, 항상 혼자지만 전혀 외롭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객관적인 조건이 갖춰지면 외로운 게 아니라, 단지 내가 외로우면 진짜 외로운 거다. 그래서 외로움을 대할 때는 심리적인 요인을 파헤치며 지연시키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합리적인 전략이다. '나는 절대 외롭지 않아!', '나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다짐한다고 해서 결코 외로움을 잠재울 수는 없다.

  감정의 역할을 떠올려보자. 감정은 환경과 상호작용 한 모든 의식의 결과물이며,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몸의 신호다. 상담심리학자 엘런 쾨닝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쁨부터 분노까지, 각각의 감정은 제 나름대로 고유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외로움도 마찬가지다. 외로움은 감정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의 일종이다. 외로움은 닫힌 마음을 열고 타인들과 더 많이 교류하라는 자연의 메시지이며, 선택의 폭을 사회적 활동으로 넓히라 스마트 알람이다.

  그러므로 외로움을 느낀다면, 마치 도로에서 운전하듯 그 신호를 받아들이고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조금 수정하면 된다. 반면,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직진만 한다면 신호를 무시한 대가로 교통사고가 나거나 거액의 벌금을 치르게 될 것이다.


(2) 다윈주의로 풀어보는 외로움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한 호모 사피엔스는 진작에 모두 죽었다. 공동체에 협력하지 않으면 인간은 결코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연약한 생명체다. 부드러운 피부와 연약한 손과 발, 그다지 빠르지도 않고, 위협적인 손톱이나 송곳니조차 없다. 그렇다고 고릴라처럼 힘이 세지도 않으며, 침팬지처럼 맹수를 피해 나무 위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탁월한 신체능력도 없다. 베어 그릴스처럼 극한의 훈련을 받지 않은 이상, 인간 대부분은 타인과 협력하지 않으면 야생에서는 단 한 달도 버티기 어려운 솜사탕 같은 존재다. 농담이 아니라, 만약 야생에서 호랑이나 표범이 인간을 발견한다면 진짜 달콤한 솜사탕으로 보일 것이다!

  즉, 지금 지구 위에 남아있는 모든 호모 사피엔스는 공동체에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이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의 뇌는 공동체에 협력하지 않으면 생존의 위협이 뒤따를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 순간 외로움이라는 사회적 고통을 만들어낸다. 이 사회적 고통은 실로 고통스럽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뇌는 극심한 외로움의 고통과 강렬한 신체적 고통을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심각한 고통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외로움은 생존을 도와주는 고마운 본능임과 동시에 느슨해진 사회적 끈을 꽉 조여 매라는 내면채찍인 것이다.


(3) 사회적 본성

 우리는 사회적 본성을 가지고 있다. 남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구(소속감),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인정과 애욕), 그리고 성욕까지, 이런 본성들은 혼자서 충족하기 어려운 욕망들이다. 이 욕망들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완전히 포기(금욕)하거나 충족하는 것뿐이다.

  외로움은 사회적 본성이 충족되지 않을 때 생긴다. 사회적 본성을 충족하고 싶은 욕망의 감정표현이 외로움인 것이다. 만성적인 외로움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십중팔구 사회적 본성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 본성을 충족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변 환경과 개인의 심리상태(방어기제)를 발견하고, 그것들을 제거하고 수정하면 외로움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4) 방어기제와 외로움의 악순환

  혼자서 차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잠시 인간관계를 멀리 하는 것과 인간관계를 멀리하기 위해 혼자를 추구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후자의 경우, 강력한 방어기제가 인간관계를 파괴한다. 누구나 기본적인 방어기제는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방어기제를 일정 수준 이하로 조절할 수 없게 되면 사람을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지나친 방어기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언젠가 외로움이 등장한다.

  근데 방어기제로 인해 외로운 상태, 즉, 사회적 경향성이 외로움을 자극하는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경우에는 생각보다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방어기제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쉽사리 고칠 수 없는 심리적 근본성을 지니고 있고, 이 상태에서 어설프게 외로움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외로움을 더 크게 만들기 때문이다. 떠나간 연인을 잊고자 새로운 연인을 사귀었는데 금방 다시 헤어지는 경우, 새로운 조직이나 모임에 참여했는데 적응하지 못하고 외떨어지거나 다시 혼자가 된 경우,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친구로부터 상처를 받고 다시 외톨이가 된 경우에는 외로움의 강도와 방어기제가 더 커지고, 더 커진 방어기제 때문에 외로움을 해소할 기회를 점차 잃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




2. 외로움의 부작용


(1) 건강에 아주 해롭다

  앞서 살펴본 대로 외로움은 엄연히 고통이다. 특히, 장기적이고 가혹한 고통은 인간을 병들게 하고 생명에 해롭다.

  실제로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외로움에 시달리는 그룹은 다른 일반적인 대조군보다 면역력, 소화력, 심장 출력, 성기능, 근력 등 건강을 좌우하는 많은 측정 지표에서 열등한 것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는 것만큼이나 만성적인 외로움은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평가한다.

  흔히 건강이라고 하면 신체적 건강만 떠올리기 쉬운데, 정신 건강이 우리의 건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중요한 지 유념해야 한다. 심지어 영국 정부는 외로움을 사회적 암으로 간주하고 2018년 1월에 '외로움부'라는 정부 부처를 만들기도 했다.


(2) 사회적 능력을 떨어뜨린다

  인간관계에 유연하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으려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외로움은 관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좁게 만들기 때문에 자칫 맹목적이거나 회피적인 경향에 치우쳐 견실하지 못한 인간관계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외로움으로 뚫린 심리적 불안은 이를 이용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유용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지능과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이 저하되어 개인의 사회적 과업이 위축될 수 있다.


(3) 몸과 마음의 부정적인 상태를 유발한다

  외로움이 장기간 지속되면, 비단 외로움에 그치지 않고 다른 부정적인 정신 상태나 왜곡된 행동으로 이어진다. 우울증, 불안장애, 조울증, 섭식장애, 성중독, 분노조절장애 등 평화로운 일상을 헤치는 부정적인 상태가 뒤따른다.

 

(4) 극단적 선택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와 고독사 1위를 거의 놓친 적 없는 대한민국에서 두 비극의 원인은 한 가지로 좁혀진다. 바로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정신병을 일으키고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하며, 동시에 혼자서 생을 마감하는 지경으로 밀어 넣는다. 우리나라에서 특수 청소 업체가 매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3. 외로움을 덜어내는 방법


(1) 만나기, 대화하기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 외로움은 많이 줄어든다. 새로운 모임에 나가거나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사귀어 보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인간은 모두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나 역시 그들에게는 정말 귀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실제로도 그렇다. 그들은 당신을 아주 격하게 환영할 것이다!

  평소 연락이 뜸했던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비록 오랜만에 연락했지만,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당신의 전화를 받을 것이다.


(2) 몰두하기

  일이나 취미에 몰두하면 자기 효능감이 생겨 외로움이 꽤 줄어든다. 특히, 운동을 추천한다. 운동 후에 얻을 수 있는 성취감과 심리적 안정은 확실히 당신의 외로움을 줄여줄 것이다.


(3) 나 자신을 사랑하기

  나는 평생 나의 동반자다. 내 의식과 몸은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목격하고 경험한다. 그런데, 생각과 행동이 불일치하거나 나 자신을 혐오하거나, 또는 나를 부정하게 되면 자아가 분열되고 불안감이 커진다. 결국에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외로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외로움을 줄이기 위해 나를 나로서 일치하는 것, 즉, 자아의 통합에 심혈을 기울여 보자. 그 첫 번째 방법은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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