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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Oct 10. 2021

더 라스트 오브 어스 with 변

플스 할 시간이 없어서 인생을 플스 하기로 했습니다#4

난 살아보겠다고 오랫동안 발버둥 쳤어. 그리고 너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해

-조엘 [The Last of Us]


아빠의 생일. 딸은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 아빠의 손목에 시계를 건네준 딸은 안심한 표정으로 소파에서 잠이 든다. 아빠는 그런 딸이 기특했는지 자상한 미소를 짓고 딸을 안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다.

깊은 새벽. 폭발음이 들리고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줄지어 이동한다.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창궐했습니다.
감염된 사람들은 공격적인 성향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바깥의 상황은 무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했던 분위기를 깨고 전화벨 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 속 오프닝이다. 이 게임의 배경은 정체불명의 곰팡이가 퍼져 전체 인류의 60% 이상이 죽거나 감염되었고 이 바이러스를 피해 주인공 조엘과 엘리는 생존을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상황은 비단 게임 속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야심한 새벽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를 집어 들었다.


"누구세요..?"


"어. 나 팀장인데, 자고 있었지? 새벽에 미안한데 오후에 우리가 만났던 그 사람 있잖아? 감염 자였나 봐. 내일 진료소 문 열면 바로 가서 검사하고 결과 나올 때까지 집 밖에 나오지 말고 격리하고 있어. 결과 나오면 바로 알려주고."


 오후에 우리가 업무차 만났던 사람이 감염이 된 모양이었다. 나는 내 옆에 누워 곤히 잠들어있는 아내와 딸의 얼굴을 바라봤다. 만약 내가 감염자에게 전염이 되었다면 아내와 딸도 전염이 되었을게 분명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뜬 눈으로 인터넷 검색창에 감염 증상, 사망률, 후유증을 찾아보았다. 

이미 여러 언론과 미디어에서 많이 알려진 내용들이라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다시 한번 찾아보곤 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을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마음은 더 불안해져 갈 뿐이었다. 


"여보. 우리 검사받으러 가야 돼."


"우리 딸도?"


"응... 동거 가족 전부... 그리고 어린이집도 당분간 못 가고 현관 밖으로 나가지 못하니 당연히 마트에 장 보러 가지도 못하고..."


나는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나는 아직 어린 딸의 머리를 붙잡았고 아내는 발버둥 치는 딸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보건소 직원은 우리 딸의 코에 긴 면봉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아이는 괴성을 질렀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가끔 아이가 지르는 소리가 운전 중에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그동안 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대략 70번 정도 받았다. 감염위험 밀집구역에서 업무를 하는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았고 외부 출장이 있는 날이면 돌아오는 길에 꼭 검사를 받아야 업무가 가능했다. 아침에 정기적으로 받는 검사를 받은 날에 오후에 외부 출장이 있으면 하루에 검사를 두 번씩 받는 날도 있었고 외부 출장 지역이 2개로 나누어진 날은 하루에 검사를 3번 받는 날도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코가 헐겠다는 말이 회사에서 유행처럼 돌았다. 이렇게 하루에 두 번 세 번 받는 것이 의미가 있냐고 물었지만 일률적으로 보고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바이러스의 공포가 한 가정을 덮쳤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생을 정리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20년 이상 영업한 맥주집 사장, 치킨집 사장. 생계에 절벽에 내몰려 더 이상 생을 지탱할 수 없는.... 두 아이의 아빠인 자영업자 0 모씨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는 침울했고 그 내용엔 비극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바이러스 감염자가 늘어감에 따라 정부는 음식점, 카페, 헬스장 등 사람들이 밀 영업제한 조치를 강행했고 

손님을 받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은 결국 줄 도산했다. 접촉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놓여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이 고독 사하는 비극이 벌어졌고 전 국민이 바이러스 우울증에 시달렸다. 


"거기 마스크 올리세요!"


지하철 승강장에서 한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한 청년이 마스크를 내리고 잠깐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모양이다. 평범한 일상이었던 커피를 마시던 행위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 사람들은 점점 고립되고 

예민해져가고 있었다.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속 엘리의 모습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이러스 때문에 나빠진 경제상황은 기업들이 고용을 하지 않게 만들었고 많은 직장인들 또한 해고됐다.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지구촌이 바이러스 창궐에 서서히 잠식당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이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전 직원이 모두 백신을 접종하는 방법뿐입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우리 회사 같은 바이러스 밀집 우려 구역에 백신을 선 접종하라는 권고 방침이 내려온 데에 따라 전 직원들은 모두 백신 접종에 동의하여 주기를 강력히 권고하는 바입니다."


부사장은 전 직원들을 대강당에 모집해서 백신 접종을 강력 권고했다. 우리 회사 같은 바이러스 전염 우려 시설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면 정부는 물론 언론과 사람들 모두의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뉴스에 실릴 일이었다. 임원진은 그런 부분이 우려되어 전 직원을 소집해서 백신을 맞지 않는 직원들에게 여차하면 불이익을 가할 수 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채 부서장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강장 밖으로 나갔다. 


"바이러스 걸리지 말라고 회의하려다가 바이러스 더 걸리겠는데?"


그도 그럴 것이 회사는 부사장이 전 직원을 상대로 회의를 한다는 소식에 PPT를 준비하였고 3백 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의자를 대강당에 마련했다. 그리고 강당 맨 앞 임원진들의 책상에는 간단한 과자와 생수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위에서 시킨 것은 아니지만 임원들과 마주치며 일하는 부서장들은 이런 허례허식 절차가 습관화돼있었다. 바이러스 걸리지 않도록 접촉을 피하라고 예방교육을 하려던 것이 오히려 3백 명의 직원들이 다닥다닥 앉아 접촉을 하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공급해준 백신에 대해 언론은 연일 그 부작용에 대해 언급했다. 처음엔 한 두 명이 기저질환으로 연결되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이제는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젊은 사람들도 한 달 내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그 부분에 대해 검토를 해본다는 말 뿐이었고 건강한 가족이 백신 접종 이후 갑자기 사망하자 그 가족들은 국민청원에 그 과정을 알리며 억울함과 원통함을 호소했다. 

설상가상 우리 회사 직원들도 백신 접종에 비동의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외벽 쪽에 40평 정도 규모의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격리 숙박 시설을 설치했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는 사람들을 동의하에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곳에서 지내게 하자는 발상이었다.

집에 어린아이가 있는 사람과 고령의 노부모가 있는 사람,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직원들이 주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시설을 이용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1년 가까이 확진자 하나 없이 잘 넘겼지만 이 바이러스가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면서 더욱 전염력이 강력해지자 우리 회사에도 확진자가 한 명 발생했다. 그 직원은 곧바로 격리병원으로 호송됐고 그와 밀접 접촉한 6명의 직원이 회사 자체에 마련된 그 컨테이너 격리시설에 격리를 동의했다. 


"그럼 우리 언제까지 여기 갇혀 있어야 하는 거예요?"


총무과의 여직원이 어색하게 모여 앉아있던 분위기를 깨고 먼저 말을 걸어왔다. 


"보통 다음날 아침 9시나 11시쯤에 문자로 통보가 오니깐요. 그리고 엄밀히 말하자면 갇힌 건 아니죠. 혹시 우리가 감염됐을 수도 있어서 스스로 격리에 동의한 거니 언제든지 나가도 괜찮긴 하죠. 책임은 본인이 지는 거지만."


이 컨테이너 격리 시설은 남직원과 여직원이 따로 방을 쓰고 있었지만 바로 옆에 붙어있어 서로 대화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여자 직원은 비서실 직원과 총무과 직원 이렇게 두 명이 격리에 동의했고 남자 직원은 총무과 1명, 시설과 1명, 의료과 1명, 영업팀 1명, 이렇게 총 6명으로 하룻밤을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되었다. 


"마스크 벗으면 안돼요!" 


의료과 직원이 소리쳤다. 시설과 직원이 TV를 보며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먹으려고 하자 허겁지겁 마스크를 올리라고 성화였다. 시설과 직원은 깜짝 놀랐는지 얼굴이 벌게져 있었고 그 민망함은 곧 분노로 바뀌어 의료과 직원에게 같이 소리쳤다.


"그럼 아무것도 먹지 말고 잠잘 때도 마스크를 쓰고 자라는 얘기예요?!"


"어차피 하루밖에 안되니깐 오늘 하루만 마스크를 쓰고 지내봅시다. 혹시나 우리 중에 감염자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총무과 남직원이 직원들에 언성이 높아지자 중재에 나섰다.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우린 모두 예민해져 있었다. 


'여보, 회사에 확진자가 나와서 오늘 집에 못 들어갈 거 같아. 아무래도 검사 결과가 나오면 내일 아침에 집에 들어갈게. 또 우리 딸한테 검사를 받으라곤 할 수 없으니깐.'


나는 구석에 앉아 아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또 우리 딸의 머리와 팔을 붙잡고 그 고통을 안겨줄 순 없었다. 다음날 아침이 검사 결과가 통보되기까지 15시간 정도나 남았고 우리는 이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곰곰이 궁리 중이었다. 


"어? 여기 이거 화장실 변기. 안 되는데요?"


볼일을 보러 갔던 영업팀 남직원이 굉장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볼일을 보고 물을 내렸는데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크흠.. 그럼 어떡하죠? 내일 아침까지 큰 볼일은 보면 안 된다는 얘긴데..."


우리는 의식주라는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보장받아야 할 권리의 문제에 직면했다. 점점 냄새는 방안으로까지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누가 마스크를 내려도 된다고 해도 내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 속 주인공 엘리

"내가 시설과에 전화 한번 해볼게요. 지금이 저녁시간이긴 하지만 시설과는 당직근무자가 있으니깐 아마 와서 조치를 취해 줄 수 있을 거예요!" 


시설과 직원은 자신의 같은 사무실 동료인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감사합니다. 시설과 입니다."


"난데, 지금 여기 컨테이너 격리시설 있잖아. 여기 변기가 막혔는지 고장이 났어. 와서 어떻게 좀 고칠 수 있겠어?"


시설과 직원은 자신이 구원자라도 된듯한 말투로 당당하게 시설과 당직에게 물었다. 내가 해결할 테니 모두 안심하라는 표정으로.


"죄송해요. 선배. 거기 격리시설 아무도 들어가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접촉했다가는 저도 바로 격리예요..."


시설과 당직의 말은 그러니깐,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늦어서 외부업체를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회사 내 시설과 당직은 이 감염 우려 때문에 접촉을 하면 안됐다. 그렇다고 변기를 뚫자고 119를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야! 그럼 어떡하라고? 바지에 쌀까? 우리가 짐승이야?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는 보장을 해주고 격리를 시키든 뭐든 해야 될 거 아니야!"


복지과 직원은 고함을 질러댔다.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 생리현상까지 제한당한다고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선배.. 왜 저한테 그러세요... 저도 시키는 대로 밖에 할 수 없는 거 잘 아시면서..."


복지과 직원은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우리 급한 대로 여직원들 방에 있는 화장실을 쓰는 건 안될까요?"


마지막으로 볼일을 본 영업팀 직원이 방법을 제안했다. 지금 변기에 자신의 변이 떠있다는 것이 미안했는지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여직원 방은 절대 안 돼. 바이러스 감염도 감염이지만 더 큰 추문에 휩싸일 수도 있고 만약 우리 중 한 명이라도 감염이 된다면 동선 파악에 나설 텐데, 여직원 방에 들락날락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변기 문제 때문이라는 우리의 말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거야.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이 회사에서 제일 선배인 총무과 남직원이 제안을 만류했다. 언급한 이유 외에 총무과 직원은 지금 옆방에 있는 총무과 여직원을 짝사랑하고 있었는지 이런 방음이 전혀 안 되는 곳에서 그녀를 앞에 두고 변을 보는 일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우리 옷걸이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의료과 직원이 벽에 걸려있던 옷걸이를 길게 구부리더니 손에 들고 변기를 뚫는 시늉을 했다. 


"그거 괜찮은 방법인데? 줘봐 봐. 내가 한번 해볼게."


총무과 직원이 옷걸이를 받아 들더니 변기로 향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는 힘껏 변기를 쑤셔대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선배님.. 제가.. 제가 할게요..!"


영업팀 남직원이 자신의 변이 이리저리 분쇄되는 것을 보면서 미안한지 옷걸이를 잡아들고 변기 뚫는 행위를 이어받았다. 그 영업팀 남직원은 어떻게든 자신의 변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과 성의를 다해서 변기를 뚫기 시작했다. 


'헉.. 헉..'


"뚫렸어요?!"


남은 남직원 4명 모두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화장실에 몰려들어 변기를 내려다봤다. 


"아니요.. 전혀.. 진전이 없네요... 헉.. 헉.."


변기 뚫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래도 나름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각 부서에서 실력을 펼치며 월 매출 50억을 달성하는 회사를 돌아가게 하는 인재들이었다. 그런데 이깟 변기 하나에 이렇게 애를 먹는 꼴이라니.


"하아... 이 이 방법밖에 없는 건가."


조용히 있던 의료과 직원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도저히 이 방법만은 쓰지 않길 바랬다고 말하면서 휴지를 돌돌 말았다. 


"이건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썼던 방법인데 말이야... 우리가 야외 취침할 때는 화장실이 없잖아요? 그럼 변을 놓고 화장지를 돌돌 말아서 변 위에 올려놓으면 냄새가 덜나더라고요. 아님 샤워기로 변을 집중 공략해서 잘게 부수어서 하수도로 내려보내는 방법도..."


'웩' 


옆에서 듣고 있던 여직원이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지 말고 우리 방으로 넘어와서 볼일 보세요. 무슨 큰일 있을까요? 제 생각엔 아무 상관도 없을 거 같은데.."


여직원은 추문이고 뭐고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또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 들지도 않았다.


"아니에요. 우리가 해결해 보겠습니다!" 


남직원들은 이미 이 변과의 사투에 꽂혀있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이것을 해결해내야만 했다. 그들은 그렇게 자라왔고 그렇게 교육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니까 '1. 변기 옆에 변을 놓고 휴지를 왕창 덮어 씌우고 아침까지 기다린다. 2. 변을 샤워기로 집중 공략해 잘게 부수어서 하수구로 흘려보낸다. ' 이렇게 2가지 방법을 써보자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사실 그 방법 말고는 우리가 볼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거 같아요."


사실 밖으로 나가서 집에 가도 됐다. 이 격리는 강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예전에 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집에 가서 외출까지 한 직원이 감염자로 밝혀져서 그 직원은 강등에 해고 직전까지 갔던 전례가 있었는지라 직원들 모두 그런 행동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새벽 우리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를 시전 했다.




아침이 밝아오고 우리는 모두 음성이라는 검사 결과를 문자로 받았다. 그 컨테이너 격리시설에서의 하루는 정말 더럽게 길었다. 결과를 놓고 보자면 사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귀가해서 샤워하고 편하게 취침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니깐 아무도 감염이 되지 않았는데 바닥에 변을 싸면서 그 굴욕적인 하루를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린 어떤 전우애 비슷한 게 생겼다. 나는 그걸 '우정'이라고 불렀다. 혹은 '변정'...

우리의 컨테이너 시설에서의 하루는 끝이 났지만 이 바이러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제 다시 이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와서 하루를 보내야 할지 몰랐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엘리와 조엘처럼 우리와 이 바이러스의 싸움은 계속된다.  

엘리와 조엘의 대화

이 빌어먹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승리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는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고 감염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 숫자가 폭증하고 있다. 점점 어려워지고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한다.


게임은 계속되어야 하니깐-


#5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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