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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수 Sep 25. 2015

#1 하루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어느 유명한 작가가 남긴 말이다. 물론 그 작가가 당신이 생각하는 그 작가다. '유명한'이란 수식어에 의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곧 그렇게 될 테니까.


 흑수(백수의 상대개념. 백수가 아닌 사람을 뜻함. 실제로 국립 국어원이 발행한 표준대국어사전에 등록된 말은 아니니 찾아볼 필요는 없음. '언어는 창조하는 것이다' -이백수)들이 이 말을 들으면 자칫 '집에서 빈둥거리는 백수들이 오후 3시까지 잔다는 소리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 속 백수들은 '무슨 헛소리지? 약 먹었나?'라며 나에게 돌을 던질지도 모른다. 감히 백수를 비하하려 들다니. 그러나 이 말에는 사실 깊은 속뜻이 숨겨져 있다.

 

 백수를 가장 아름답게 미화한 말은 아마 '취업 준비생'일 것이다. 즉, 백수는 취업을 준비 중인 생물이라는 말이다. 도약을 앞두고 몸을 움츠린 메뚜기, 혹은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전 부화를 기다리는 번데기 같은 존재. 이것이 바로 백수의 진정한 의미이다.

 이러한 백수들은 취업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백수들은 평균적으로 오전 7시 30분 경에 일어나, 오전에는 학원이나 도서관에 가는 등 취업을 위한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고, 점심식사 후에는 집안 청소나 설거지, 빨래 등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데에 시간을 쓴다고 한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 백수가 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오후 3시. 이 때부터 자신을 위한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차 한잔의 여유도 오후 3시부터.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백수들은 박수를 치고 있을 것이다. '사기도 이쯤 하면 범죄 아닌가.'라면서. 내가 아는 수많은 백수들은 '아침'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산다. 사실, 필자는 정말로 오후 3시에 눈을 뜰 때가 많다. 다행히 오늘은 오후 1시에 일어났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으로 새벽 늦게까지 쉽사리 잠 못 드는 백수들의 마음도 알아줘야 할 것이다. 백수들은 백수 나름대로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언제나 그들을 응원한다. 내가 취직하여 흑수가 되더라도, 그들을 위해 글을 쓸 것이다.


 전국의 40만 백수들이여. 내일은 아침을 먹자!



인생을 시니컬하게 바라본 백수의 이야기.

40만 백수가 공감한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절찬리 연재 중!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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