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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수 Sep 26. 2015

#2 친구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며칠 전, 친구를 만났다. 그리 친한 친구는 아닌데, '친구'라는 게 그리워 내가 먼저 연락했다. 같이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다른 친구 이야기,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친구는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 동네에 친구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연락했을 때 기뻤다고 했다. 나는 이 지역 사람인데, 친구가 별로 없다. 대학교 때 친구를 많이 사귀어서 친구들이 다른 지역에 많이 있고, 어릴 때 사귄 친구들은 일하느라 바쁘거나 타지에 나가 있다.


 이 친구는 직장인이다. 얼마 전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위염이 생겨 입원까지 했었다고 한다. 백수가 받는 스트레스는 이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인 것 같다. 명절 같은 대목을 제외하고는, 입원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는 않는 편이니 말이다.


 나와 대화하는 동안 이 친구는 직장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내가 백수라는 점을 많이 배려한 것 같다. 이 친구도 '취준생' 시절을 겪었던 지라, 백수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 역시 직장 생활을 했었던 지라, 이 친구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흔히 백수생활이 길어지면 친구를 만나기가 껄끄럽다고 한다. 직장을 가진 친구들은 학생 때에 비해 씀씀이가 커져서 더치페이를 하더라도 나가는 돈이 많아진다. 특정한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생활해야 하는 백수로서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사정을 아는 친구가 '내가 돈 버니까 내가 쏠게. 취직하고 니가 쏴.' 하며 밥값 술값을 계산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횟수가 많아지면 친한 친구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백수 생활이 길어지면 친구를 만나러 외출하는 일도 줄어들어, 점점 집에만 있게 된다.


 그럴 때 정말 큰 힘이 되는 게 '동료 백수'다. 같이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으면 여러 면에서 위안이 된다. '나 말고도 백수가 있구나'하는 안도감을 주기도 하지만, 같이 저렴한 식사를 하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며 최대한 돈 안 들이고 놀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면 정서적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게다가 햇볕을 쬘 건덕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서로의 신체 건강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전국의 백수들에게 권한다. 소개팅 어플에서 비현실적으로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를 찾으려 열심히 땅을 파는 것보다(구체적인 도구는 언급하지 않겠다) 함께 취업 정보와 눈치 안 보고 집에서 나뒹구는 방법을 공유할 백수 친구를 찾아보도록.




인생을 시니컬하게 바라본 백수의 이야기.

40만 백수가 공감한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절찬리 연재 중!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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