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하루는 오후3시에 시작된다
백수를 탈출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일하고 있는 이백수(27세, 가명) 씨의 걸작 '백수의 하루는 오후3시에 시작된다'라는 책에 이런 시가 담겨있다.
by 이백수
일하다가 갈비뼈를 조금 다쳤다.
크게 다친 건 아니라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어서
아무에게도 말 안 하고 그냥 참았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힘을 쓰려고 하면 아파왔다.
그렇게 아프기 시작하니까,
일 하기가 너무 싫어졌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나니까 어느샌가 아픈 게 다 나았다.
그런데 일하기 싫은 건 안 낫는다.
생각해보니, 일하기 싫은 건 원래부터 그랬다.
직장인이 되면 이런 저런 핑계로 일하기 싫어지기 마련이지만, 사실 일하기 싫은 건 원래 그렇다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백수의 입장에서는 '누굴 놀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좋아서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한다. 만약 일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받는 월급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려고 할까.
백수일 때에도 알고는 있었다. 일을 한다는 것은 원래 힘든 것이고, 결국은 일하기 싫어지기 마련이라는 사실 정도는. 그러나 그 일하기 싫은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걸 자신이 버텨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일본어를 전공하고, 그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위해 국제무역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백수 씨는 백수 전성기(?) 시절, 어느 회사에 면접을 보았다고 한다. 일본어를 사용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해외영업직을 지원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최종면접을 앞두고 지원을 취소했다. 그 당시는 취업이 확정되면 일할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로 그 자리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술도 못 마시고, 사람 대하는 일에도 서툴고, 내향적인 성격을 가졌으면서 '내가 잘하는 게 일본어니까 그거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해버린다면, 업무에서 성과를 내기는 커녕 스트레스만 받다가 스스로 뛰쳐나왔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최종 면접에 갔다고 하더라도 떨어졌어야 한다. 면접관이 나를 떨어트리지 않고 일을 시켰다면, 그 면접관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혀 적성에도 안 맞고, 그렇다고 동기가 아주 강해서 스스로를 바꿔가면서라도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이런 지원자가 일을 시작하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지원자가 고생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면접관은 지원자를 떨어트린다. '안타깝지만 저희 회사에서는 당신을 고용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라는, 아주 껄끄러운 말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백수 중에서 여러번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다면, 지원하고 있는 분야가 자신의 적성과 잘 맞는지, 자기가 정말로 하고싶은 일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 보다는 '안 맞아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는 차오르고, 친구들은 취직해서 차 몰고 다니고 놀러다니고 그러는데 자신은 백수라 토익책만 바라보고 있다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진 않는가. 빨리 취직해서 차도 몰고 다니고 연애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취직을 해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일하기 싫은 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다만 그걸 극복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자신의 적성에 맞느냐 안 맞느냐, 얼마나 그 일을 좋아하느냐, 돈을 얼마나 주느냐에 달렸다.
세상은 넓고 직업은 많다. 직업에 자신(토익점수)을 맞추려 하기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보기 바란다. 하루에 평균 8시간 정도는 그 일을 해야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하기 싫은 일이라면 10분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꼭 명심했으면 하는 것이, 취직을 하게 되면 자신이 맡게 될 업무에 대해 자세히 알고 결정을 하자. 예를 들면, 일본어로 말하는 걸 좋아해서 일본어 쓰는 업무를 지원했는데, 막상 취직해보니 일본어는 가끔 전화오면 받는 정도고 주 업무는 서류작업이라 자신과 안 맞아서 그만뒀다, 라는 일이 생각보다 아주 흔하게 일어난다.
백수들이여, 취직해도 힘들다. 어차피 힘들 거면, 서두르지 말자. 지금 백수라고 영원히 백수로 사는 것은 아니니까.
인생을 시니컬하게 바라본 백수의 이야기.
40만 백수가 공감한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절찬리 연재중!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