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의 레이오프를 겪는 마음
지난 글에서 미국 고용시장의 불안정성과 최근 연이은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해고에 대해 다뤘었다.
https://brunch.co.kr/@20130807/25
그러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 나의 입사동기의 해고 소식을 전해들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의 옆자리에 앉은 소식통 동료가 낮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동료: 저기... 우리 다음주에 있는 세미나 말이야. 내가 그거 준비할 게 있나 하고 미팅 초대 리스트를 봤는데 A 이름이 비활성화 되어 있더라고. 그래서 HR 페이지 찾아봤는데 A가 없어졌어.
나: 엥? 말도 안돼. 진짜?
검색창에 찾아봤더니 정말 이름이 안 뜬다.
동료: 응. 그리고 B 있지? 걔도 며칠전에 Linkedin (구직/채용사이트) 에 구직한다고 올렸더라고. 아마 그녀도 영향을 받은게 아닐까 싶어.
나: 헐..? 그 사람 얼마 전에 나한테 미팅 인바잇 보냈던 사람인데? 안 그래도 갑자기 다 취소하고 다른사람이 다시 보내길래 뭔가 했었어.
동료: 응 그리고 C도.. D도.. 시스템에 안뜨네. 아마도..
이런 식으로 옆자리 소식통 동료가 한가득 해고 소식을 전해주는 걸 들으면서
나는 우리가 서로의 눈동자에서 무한한 불안과 걱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위에 처음 언급된 A는 나의 입사 동기다.
우리는 작년 8월에 함께 입사했으니까, 지금 겨우 7개월차에 접어 든 셈이다.
그녀는 유일하게 입사 동기 중 '동양인' 이었고 '여자'였다. (인도인은 꽤 많아서 동아시아로 한정지어보자면 그렇다. 여자는 우리 둘 뿐이었다.)
원래 본국에서 변호사를 하다가 미국에서 MBA를 하고 우리 회사에 온거라고 전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그렇게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작년 11월에 회사에서 보내준 3박 4일 플로리다 연수에서 나름 이야기도 좀 했고, 유일하게 여자인데다 동양인이라 공통분모가 많아 내적친분이 꽤 있었다.
그런 그녀가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사라진 것은 나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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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 연말 고과 평가가 있었다.
추측건대 아마 그 평가에서 안 좋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 해고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다행히 매니저를 잘 만나서 그런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아 안도하고 있던 참이었다.
한참 또 마음이 해이해지면서 일이 편해진다고 생각할 무렵이었는데,
이때다싶어 바로 옆에서 해고 칼부림이 일어나다니.
온몸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업계도 상황은 비슷해보인다.
함께 졸업한 친구들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을 들어 보면 업계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다 "잘릴까봐 걱정된다"는 거였다.
게다가 누가 누가 잘렸다더라, 구조조정 됐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정말 심심치않게 들려온다.
미국이 금리를 올렸지만 아직도 고용지표가 탄탄하고 경기가 받쳐준다는 전망이 우세한데 왜 주변을 보면 하나같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2416
예상치 못한 동료들의 소식을 들으니까
예전에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던 나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이번에는 그렇게 좋지 않은 결과를 맞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었는데
세상은 숨 한번 돌릴 새 주지 않고 끊임없이 나를 고용 불안정 속으로 밀어넣는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선 겪어보지 못했던, (그래서 다행이었던)
어나더 레벨의 고용 불안정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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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상황이 되다보니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자꾸 생각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서 요즘 되새기는 말.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
언제 잘릴지 모르겠지만,
일단 "되는 데까지 해보자."
외노자는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