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결혼 시키기" - 책에 관한 책

서평

by 주부맥가이버

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혹은 이미 책과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렸다면 그 누구나 책에 대한 책을 한두권 쯤은 읽어보았을 것이다. 책에 대한 책의 숫자는 아마 우리가 얼마를 상상하든 그 이상 숫자로 존재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저자 앤 패디먼도 마지막 장에는 오로지 책에 관한 책 중에 좋은 책(그녀의 주관적인 견해로 볼 때 , 하지만 꽤 좋은 책들일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을 다시 골라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내가 읽은 책에 관한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그들은 한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와 ’시간이 지나간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사실 이 책은 서점이 배경이 되기에 완전한 책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거기에 나오는 인물 모두가 책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인데 그 책들보다 이 ’서재 결혼 시키기’가 더욱 마음에 든다. 좋은 책 발견. 유훗!


책읽기를 꼭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출판업계 속해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건 책읽기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듯 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지인이 권해준 책인데 정말 맘에 쏙 드는 책이 되어버렸다! 과거 나의 책고르기는 우선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시작되었는데 요즘은 베스트셀러 목록을 들여다보지도 않지만 도서 홈페이지 로그인 할때 살짝 둘러본 그 목록은 몇주째 같은 책들이 올라와있고 끌리는 책들도 없다는 것이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지금은 여러 사람들이 남겨준 그들만의 색깔 덮힌 서평이 더 좋은 안내자가 되고 위에서 말한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으로부터 편집자의 정성이 깃들어 있는 좋은 책들에 대한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유유상종이라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나는 무턱대고 좋아하게 되버렸는데 그런 사람들의 입에서도 자주 좋은 책들의 목록이 나오기 마련이다. 나는 이렇게 점점 책과의 부끄럽고 서툰 연애를 시작했는데 이 책의 저자 앤 패디먼의 이야기를 읽어보니 더욱 부끄러워진다. 왜냐면 나의 책사랑이 너무 보잘것없어서. 그녀의 책사랑은 독특하고 유쾌하며 진솔하고 흥미롭기그지 없는데 나의 책사랑은 기간도 짧거니와 그녀의 다채로운 방식에 비하면 너무 편협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기쁜 점은 그녀가 책을 사랑하게 된 여러 가지 에피소드 가운데 내가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몇가지가 있었기에 나는 킥킥 거리게 즐겁고 미소가 지어지도록 행복하게 이 책을 읽을 수가 있었다.




모든 것은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앤 패디먼은 아버지의 책장에 꽂혀 있던 <파니힐>을 통해 섹스에 대해 배웠으며, 남편으로부터 받은 고서적 9킬로그램을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로 여기고, 집에 있던 책들 가운데 두 번 이상 읽지 않은 유일한 책이라는 이유로 1974년 도요타 자동차 매뉴얼을 읽는 사람이다.


-책 중에서 발췌



그녀와 달리 예전부터 내가 책을 좋아하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와 가진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령 나는 집화장실에 앉아있다가 유한락스 사용법이나 계면활성제의 찌든때가 잘 빠진다는 문구를 여러 번 읽었던 경험이 무수히 많고, 지하철 화장실에 좋은 생각에서 발췌한 아름다운 문구,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나 신장파세요라는 글귀을 몇번이고 읽곤 했었다. 또한 지하철에서 대머리약 광고를 뚫어져라 읽었던 기억, 개인회생파산 법률사무소 안내문, 전자사전이나 시계 사용법을 정독해본 경험이 있기에 그녀가 집으로 배달되오는 카달로그에서까지 아름답고 시적인 문구를 발견해 발췌해 적은 것을 보고 폭소를 터뜨릴 뻔 했다. 이것은 나도 그녀처럼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기분좋은 증거 중 하나이다!


그녀는 책읽기를 사랑하고 책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사랑한다. 책의 제목도 서재 결혼 시키기인데 그것은 사랑하는 남편 조지와 결혼하고도 5년이라는 시간동안 남편과의 책을 따로 보관하다가 서로 합친 것을 의미한다. 재미있게도 서로 보관하는 방식, 배열하는 위치, 같은 책의 경우 누구의 것을 보관하는가 등등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며 그들의 서재는 마침내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책과 함께 한 그녀의 이야기는 정말 유쾌하고 진솔하다. 식탐을 부르는 책들, 자신의 아이들이 책을 먹으며 책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 책을 보관하는 놀라운 방법, 오자를 보고 도저히 고쳐주지 않고는 못배기는 강박증을 지닌 그녀의 가족들, 헌책이 주는 편안함과 그것만이 가진 추억들(메모, 토스터 가루, 귀접힌 페이지 등등) , 낭독의 쾌감, 카달로그 독서까지 그녀의 에세이는 다채롭고 귀엽기까지 하다. 나는 그러한 그녀의 책읽기 에피소드에서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예를 들어 카달로그 독서나 메모와 줄긋기, 중요한 페이지 접기, 책읽으면서 음식물 먹다가 책에 흘리기 등) 꽤 많아서 아주 기뼜으며 단연코 앞으로도 책에 관한 책 중에 이 책이 꼭대기 층에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확신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꼭 이 책 안에서 만나보시라!


2009-04-13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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