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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JA Feb 16. 2022

홍콩 코미디의 전설이 된 패러디 영화

영화 <도성> (賭聖, 1990)

출처 : IMDB
출처 : http://www.hkcinemagic.com/


주인공 아성(주성치 분)은 투시, 염동력, 최면술 등 다양한 능력을 구사할 수 있는 초능력자다. 광저우에서 홍콩에 사는 삼촌 자달(오맹달 분)을 만나러 온 순박한 시골 청년 아성은 자달에 의해 도박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도박에 관한 지식이 전무했던 아성은 자달의 가르침으로 도박의 규칙과 기술을 배우고, 세계 도박왕 대회에 출전한다. 비범한 능력 외에도 수준급의 무술 실력을 갖춘 아성은 자신을 쫒는 괴한들을 단숨에 처치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포커 경기에서 최종 빌런인 거대 조직의 보스 홍 사장을 무찌르며 진정한 도왕(賭王)이 된다. 아성에게는 주어진 큰 힘과 이능력이 있음에도 악하게 사용하지 않고 약자들의 재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아성의 초능력과 선한 심성, 도왕이 되기 위한 노력, 자달을 비롯한 주변인들과의 우정, 이몽과의 사랑 그리고 홍 사장으로부터의 승리까지 소년 만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한 <도성>은 단순히 웃음을 전달하는 데 멈추지 않고 권선징악형 히어로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던 쾌감을 선사한다. 코미디와 히어로의 결합은 자칫하면 산으로 갈 수도 있었던 무리수 영화에 서사를 불어넣고 탄탄한 개연성과 내러티브를 부여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90년대 홍콩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HK$41,326,156)을 기록하였다. 

출처 : http://www.hkcinemagic.com/
출처 : 씨네21

도신(賭神)인 고진(주윤발)이 슬로우 모션으로 등장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보던 아성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느리게 걷냐’며 의아해한다. 그리고 이내 홍 사장과의 만남에서 아성은 <도신>의 고진이 등장하던 것처럼 멋있게 등장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미남자의 등장에 감탄하려고 하던 찰나, 슬로우 모션이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아성이 느리게 걸어 들어온 것임이 알려진다. 자체 슬로우를 건 것이다. 관객들이 어디서 들어봤거나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소재들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변형시켜 관객의 허를 찌르고 실소를 자아낸다. 실존 인물을 언급하며 장면이 마무리되기도 하고, 본 작의 감독인 유진위가 ‘진 사장’ 역으로 직접 출연하는 등 당시 홍콩 영화계에 실존하던 인물이나 사건이 개그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제4의 벽을 실제로 넘지는 않지만, 실제 사건과 인물을 언급하며 작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관객들도 잘 아는 이야기는 적절하게 배치되어 유머 코드로 기능한다. <도신>의 메인 OST가 흘러나오며 등장하는 아성의 모습은 <도성>의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출처 : http://www.hkcinemagic.com/

장르가 ‘주성치’인 코미디 영화는 아니다.  90년대 홍콩 코미디 영화의 코드가 가득한 작품이다.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로 웃기는 유머가 가득한, 관객의 허를 찌르는 코미디다. 그리고 이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에 폭소하지 않을 수 없다. 도박 영화를 보면서 코미디물을 보는 것 같기도, 슈퍼히어로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재생 버튼을 누른 순간 당신의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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