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enEd Mar 04. 2019

좀비와 대중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리뷰

인간으로서의 이성이 거세되고 식욕만이 남은 존재, 드라마 <킹덤>의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좀비를 이렇게 표현했다. 다른 욕망이나 이성은 배제된 채 식욕만 남은 존재라는 것이다. 난 이 문장을 보고 '대중'을 떠올렸다. '먹고 사는 것.' 그것만큼 대중에게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그것은 식욕과 일맥상통한다. 먹고 사는 것이란 목표 아래에선 상놈 좀비든, 양반 좀비든 구별이 없다. 대중은 어떤 지위든, 얼마나 재산을 가졌든 먹고 사는 것이란 식욕 앞에 모두 똑같다. 먹을 것이 있다면 다른 것은 생각 않고 우르르 몰려가 그것을 탐한다. 세상을 망가뜨리고, 이성 있는 존재를 위협한다. 그러면서도 좀비와 대중은 드라마 속에서, 이 세상에서 절대 다수이자 구해야 할 대상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속 좀비의 모습

드라마 <킹덤> 속에서 이성 있는 존재는 세자, 서비, 영신 등으로 그려진다. 특히 서비와 영신은 대중과 달리 인육을 먹지 않고,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려는 자들이다. 더불어 이들은 대중을 구하려는 존재다. <킹덤>의 초반을 보면 좀비를 다시 살리기 위해 생사초를 찾는 서비의 모습이 나온다. 이들에게 좀비는 벗어나고 싶지만 끝없이 쫓아오고, 죽여야 하지만 동시에 구원하고 싶은 존재다. 이들이 상징하는 것은 지식인이다. <킹덤>의 지식인은 마냥 자애롭지는 않다. 자신의 욕망과 이기심, 삶의 의지를 적당히 갖고 있다. 지식인 그 자체가 '선(善)'은 아니지 않은가.

좀비가 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생사초'를 찾는 서비(배두나)

좀비를 만들어내고 좀비를 이용하는 영의정이 상징하는 것은 명확하다. 드라마 속과 마찬가지로 권력자다. 대중이 다른 것에 관심 갖지 않고 '먹고사니즘'에만 몰두하기를 바라며 그러한 대중의 속성을 이용하는 것까지 판박이다. 이 싸움은 어떻게 끝날까? 결말은 뻔할 것이다. 결국 세자가 영의정을, 지식인이 권력자를 무너뜨리며 끝날 가능성이 높다. 궁금한 것은 세자와 영의정, 두 주인공이 아니라 좀비다. 드라마의 결말이 아니라 과정이 궁금하다. 세자 일행은 좀비를 쳐부수고 승리를 쟁취할 것인가,  좀비를 구원할 방법을 끝까지 찾아낼 것인가? 그 속에 지식인이 대중과 권력자를 상대하는 수단과 목적이 드러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넌 이기적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