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싫어하는 접속어
나는 '하지만'이란 접속사를 제일 싫어한다. 위선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하지만'이란 단어를 쓸 땐, '하지만' 이후가 진심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점심메뉴를 물었을 때 친구가 "햄버거도 좋지만 피자도 좋아"라고 했다면 그것은 피자를 먹고 싶단 뜻이다. 그러나 "피자가 좋다"만 말하면 본인이 이기적이고, 고집 세 보이는 것을 우려해 앞에 '하지만'을 붙이게 된다.
고작 점심메뉴에 '하지만'이 붙는 건 아무 문제가 안 된다. 진짜 문제는 '하지만'이 붙어선 안 되는 문장에 '하지만'을 쓰는 경우다. "일본도 잘못했지만 한국도 잘한 건 없어." "가해자 남자도 쓰레기지만 따라간 여자도 잘못이야." "때린 아이도 나쁘지만 원인 제공한 너도 잘못했어." 속마음으론 피해자를 비난하고 싶지만 사회적으로 그러한 비난이 나쁜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하지만'을 붙인다. 그러면서 마치 자신은 사건을 중립적으로 바라보는 척한다.
그래서 난 '하지만'이 싫다. 차라리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고 나쁜 놈이라 욕을 먹거나, 나쁜 놈이 되는 것이 무서우면 세상에 그런 말을 입 밖에 내뱉지 말거나 둘 중 하나만 한다면 좋겠다. '하지만'을 사용하는 건 진정한 중립이 아니라 그저 회피하고 위선적으로 구는 것에 불과하다. 난 '하지만'을 이런 식으로 자주 사용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