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Aug 29. 2024

서울, 여행자의 눈으로 낯설게 바라보기

서울에서의 일정이 많아 원래 있기로 했던 2주에서 3일을 연장했다. 낯선 시선으로 17일 동안 바라본 서울을 평가해 보려 한다.


#서울은 크지만 좁다


서울 도착 다음 날, 미술 전시회에 가기 위해 삼성역으로 이동했다. 삼성동에서 역삼까지 쭉 이어지는 테헤란로, 자주 다녔던 그 길의 빌딩 숲 전경과 10차선 대로에 ‘그래, 여기가 서울이지...’ 새삼스럽게 압도당하는 느낌이었.   

   

서울은 거대한 도시이고, 빌딩,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은 입이 벌어질 만큼 크고 높지만, 개인 가게들은 작다. 게다가 인구밀도가 높아 어디를 들어가건 1인당 차지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다. 지방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건물은 별로 없어도 식당, 베이커리, 커피숍 등 가게 하나하나가 어찌나 널찍한지 눈이 시원했는데 서울은 그와 정반대이다.  

 

서울에서는 비싼 땅값(임대료) 때문에 개인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아지고, 돈 많은 기업은 더 많은 사람을 유인하기 위해 점점 더 큰 건물을 지어 올린다.



#서울은 화려하나 허름하다


서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역은 광화문, 안국역 근처다. 삼청동에서 식사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한다. 광화문 광장을 거닐다가 청계천이 내려다보는 커피숍에서 차 한잔하는 반나절 도보 여행코스를 아주 좋아한다.


서울의 종로 야경을 즐기기 위해 해 질 무렵 남편과 삼청동으로 갔다. 정갈하고 고급진 식당에서 식사하고 매주 수요일 야간 개장하는 미술관 전시를 무료로 보았다. 불이 들어온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을 보면서 서울은 풍요롭고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을 했다.


동북쪽에 위치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가 정차한 사이, 서울의 구시가지 뒷골목을 유심히 보고 있자니 도시의 슬럼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버스를 타기 전 그곳과, 버스 창을 통해 보이는 저곳이 같은 시대, 같은 서울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기분 좋은 데이트를 마치고 옥탑방 숙소로 돌아오던 길, 여러가지 생각으로 괜히 의기소침해졌다.


서울은 풍요 속 빈곤을 가장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극과 극, 서울의 외식 물가


친구와 점심 식사 약속을 잡고 용산의 한 낙지전문점을 방문했다. 미니코스(인당 43,000원)를 주문하였더니 처음엔 작은 접시에 낙지탕탕이가 나왔고, 두 번째로 낙지볶음이 전복 몇 조각과 함께 나와 팬 위에서 볶였다. 이름이 '코스'인데, '43,000원' 짜리인데 설마 뭔가 더 나오겠지... 기대와 달리 밥과 기본 밑반찬 깔리고 끝이었다. 아, 후식으로 식혜가 나왔다. ㅡ.ㅡ;;


허전하게 먹고 두 사람 비용 총 86,000원을 지불했다. 지방에서 이 정도 양과 질의 식사였으면 얼마였을까, 사기를 당한 듯 씁쓸했다.    

     

숙소가 있던 동네에서 김밥집을 찾았다. 기본 김밥이 3,000원이었다. 김밥집에서 100미터 거리 중국집 유리창엔 '짜장면 4,500원'이라고 크게 붙여져 있었다. 2024년에 3,000원, 4,5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니. 지방에서도 김밥집, 중국집 많이 다녀 봤지만 이처럼 저렴한 가격을 못 본 것 같다.


서울의 외식 물가 가성비는 최악이기도 최상이기도 하다.



#서울의 넘사벽, 대중교통


우리는 차를 장기 렌트하여 이곳저곳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있는데, 서울에서는 차를 반납하고 뚜벅이로 지냈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서울에서는 차가 없거나 운전을 못하더라도 사는 데에 크게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운전을 못하는 나로서는 지방을 여행할 때 남편이 없으면 이동이 아예 불가한 곳이 많아 그 점이 제일 불편했다.


서울만큼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는 곳이 국내에 또 있을까? 몇 분마다 한 대씩 오는 지하철, 버스, 마을버스가 반갑고 고마웠다. 덕분에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 혼자서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다.

         



돈이 꽤 많다면 서울은 살기 편한 곳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더 많이 더 높이를 쫓느라 마음에 갈급함이 커질 수 있고, 그런 마음은 필요 이상의 불행함, 자괴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여행을 마치고 나서 어디서 살면 좋을까.

‘가진 것에 감사하자.’ 마인드 컨트롤하며 서울의 편리함을 누리며 살 것인가, 탈서울하여 삶의 질을 높이며 살 것인가.


오래간만에 고향 서울에 돌아왔더니 생각이 많아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 입성, 한여름의 옥탑방 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