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슬기 Jul 09. 2020

그렇게 개인사업자가 되었다

세상의 반을 만듭니다, create fifty



어차피 할 거 지금부터 해보자!


개인사업자를 낼 생각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아도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써서 책을 내고 싶었다. 또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으로 일명 '가치지향 온라인 책방'을 구상하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책을 팔고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개인사업자를 내야 했다. 게다가 조직 밖 노동자로 간간히 마케팅 대행 업무가 들어오고 있었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잘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크고 작은 비용이 새어나가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개인사업자 낼 거 지금부터 미리 내자.'라는 마음으로 개인사업자가 되기로 했다.




어려워 보이지만 쉬워, 개인사업자 되기


하지만 세상에서 말이 제일 쉬운 법. 직장을 다니면서 현금영수증을 챙기고 연말정산할 줄만 알았지, 업종코드가 무엇이고 매출과 매입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게다가 세법을 지키면서 알뜰하게 세금을 내는 방법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훗날 세무대행을 맡기더라도 기본적인 것을 알고 싶었다. 더불어 매출이 많지 않은 초기에는 스스로 모든 것을 진행하려고 했기에 떠오르는 궁금증을 타고 들어가면서 책을 읽고 인터넷에 흩어진 정보들을 찾아 모았다. 사회에 나오면 누구나 근로자가 되거나 사업자가 될 텐데 왜 학교는 기본적인 노동법도, 세법도 알려주지 않은 건지, 참. 그렇게 우여곡절로 진행한 과정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하려는 사업의 업종 코드 확인하기

우선 사업자 등록을 위해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업종코드를 알아야 한다. 우선 책을 만들어서 팔 것이니 출판사 신고를 먼저 한 후에 정보통신업(업태), 일반 서적 출판업(종목)을 선택해 개인사업자를 내면 된다. 그리고 마케팅 대행은 서비스(업태), 마케팅(종목)으로 진행하면 된다. 요즘 웬만한 것은 홈택스 온라인으로 진행이 가능해서 개인사업자도 그렇게 진행하면 되었지만, 처음에 이 업종코드를 찾는 것부터 막혀서 세무서를 찾아가서 진행했다.


둘째, 사업장 위치 정하기

또 사업자를 내려면 사업장이 필요한데, 나는 사무실이 따로 없고 살고 있는 집에서 할 예정이라 집주소로 등록했다. 찾아보니 업종에 따라 집에서 진행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셋째, 과세인지 면세인지 확인하기

또한 업종 따라 면세 즉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출판업이다. 그러나 마케팅 대행은 과세이다. 이 경우 사업자를 따로 내거나 같은 사업자에 업태를 추가해 면세와 과세가 함께하는 겸업사업자가 될 수 있다. 이 부분에선 뭐가 좋을지 모르지만, 하나로 관리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하여 같이 등록을 했다.

넷째, 과세사업자라면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 선택하기
과세사업자라면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로 나뉠 수 있다. 간이과세자의 경우 일반과세자에 매출 10%, 매입 10%  부과하는 것보다 적은 비중으로 과세가 되지만, 세금계산서 발행이 불가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에 나는 거래를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계산서 발행을 선택했고, 초기에는 매출보다 매입이 많은 것으로 예상하기에 일반과세자로 해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겠다고 생각하고 등록을 했다.

다섯째, 세무에 대해 궁금하다면 전문가에게 물어보기
세법은 복잡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많아 매번 궁금한 게 쏟아진다. 간단한 상담은 세무사에게 요청해서 진행했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세 관련 문의 전화 126도 있다고 하니 이후에 활용하려고 한다.





세상의 반을 만듭니다, create fifty



그보다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이름이다. 브랜딩을 사랑하고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브랜드명인 이름은 매우 중요하고 또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잠시 숨을 돌리고 빈 종이를 꺼내 뭘 하고 싶고, 이 사업으로 어떤 걸 해내고 싶은지, 이 가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했다.


나는  하는 사람이지?
글, , 영상, SNS 콘텐츠, 제작물, 웹페이지  콘텐츠를 만들지.

 콘텐츠를 만들지?
세상에 존재하지만 말하지 않았던 것을 콘텐츠로 만들고 싶었어. 세상에 전달하고 싶었지. 그걸   가장  보람을 느꼈어. 여성, 성소수자, 비건, 동물, 친환경, 신체장애, 정신장애  존재하지만 차별과 편견에 휩싸이거나, 존재하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것을 세상에 말하고 싶어.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세상의 반'이었다. 이걸 이름으로 하려다가 은유적으로 보여주면서 활용도가 높은 이름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세상의 반은 절반, 절반은 50% 또는 50대 50 그러다가 영어로 fifty와 half 생각났다. 영어로 썼다가 한글로 읽어봤다가 하면서 보여주고 싶은 느낌을 생각하고 있을 때, 책장에 꽂힌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이 눈에 들어왔다. 50명의 주인공이 나오는 장편소설인 『피프티 피플』 은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개개인의 삶으로 풀어낸 이야기이다. 조연이나 행인이 따로 없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좋아서 다 읽고도 항상 머리맡에 꽂아두고 있었다. '저거구나! 내가 하고 싶은 게' 이런 생각을 했다.


create fifity 로고 ver.1

『피프티 피플』에 영감 받아 사업자명에 피프티를 넣었다. 하고자 하는 것에 핵심을 정하니 그에 파생된 것들이 자연스럽게 풀려나갔다.『피프티 피플』의 커버 색상과 결이 비슷한 색 중 부드럽고 단단한 느낌이 나는 '로얄 라일락'을 메인 컬러로 잡았다. 라일락이 피는 계절인 봄이 담긴 '봄바람체'를 활용해 소외받는 세상의 반에게도 봄이 오기를 바라는 의미를 표현했다.




결국은 잘 살기 위해서


결국 그렇게 가치를 담은 이름으로 개인사업자를 냈다. 세무서에 방문한 지 20분 만에 잡아든 종이 한 장을 보며 골머리를 싸맸던 며칠이 스쳐 지나갔다. 해보면 어렵지도 않다는 걸 또 한 번 되새겼다. 그러고 가족 카톡방에 사진을 찍어 올렸다. 부모님은 이제 대표가 된 거냐며 치켜세워주며 자신을 믿고 해 보라는 응원도 전해주셨다.


앞으로 이 이름으로 다양한 것을 도전하고 성장하며 잘 살고 싶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재밌는 프로젝트도 벌이고 이 이름으로 함께하고 싶은 사람에게 멋진 제안도 드려보고 싶다. 새로운 것을 해보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또 자축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나와 같은 사람들과 잘 살아보고 싶다. 겨우 개인사업자 등록 하나로 거창한 이야기를 했는데 언젠간 정말 거창한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했으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말해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급의 시선으로 노동 바라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