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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Jun 22. 2020

시급의 시선으로 노동 바라보기

혹시 아시나요? 당신의 시급을 얼마인지.



노동자가 생각하는 페이의 기준



노동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사람이라면 각자가 생각하는 페이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물론 사업주 입장에서 통보를 하거나 노동자 입장에서 지레 겁을 먹고 원하는 페이를 말하지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 페이를 받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또 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가. 이 일을 하면 포트폴리오가 쌓이고 이후 더 많은 일거리들이 생겨날 여지가 있다는 기대 때문에 낮은 견적에도 진행하는 경우가 있고 혹은 작지만 고정적인 수익을 위해 감수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또는 돈보다 자아실현에 더 초점을 맞추며 단가는 한없이 낮아지고 자신을 갈아 넣는 일이 만연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동자로서 돈에 대한 기준이 있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최근에 그 기준이 전과 다르게 변함을 느끼고 있다.





월급 단위로 생활하는 직장인


직장을 다닐 때는 풀타임 정규직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그런 자리를 고집하기도 했다. 그래서 보통 공고가 올라오는 형식에 맞춰 연봉이나 월급 단위에 기준을 세웠다. 안타깝지만 첫 직장부터 스타트업을 다닌지라 기준을 세우기 어려웠고 회사에서도 노동자를 존중해 줄 여유는 없었다. 즉 첫 월급이 매우 낮았다는 것. 그 이후 직장 생활은 처음 받은 낮은 연봉을 높이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이직을 할 때마다 새로운 기준이 생겨났다. 제시하는 연봉에 식비가 포함인지, 별도의 복리후생비가 제공되는지, 야근수당은 있는지 확인했다. 그렇지만 이를 충족시키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연이 닿아야 하는 일이었다. 저녁 식대가 제공되면 야근 수당이 없었고, 점심 식대는 세제 혜택으로 월급 내에 고정적으로 10만 원이 잡혀있었다. 이걸 식대라고 해야 할지 월급이라고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 그럼에도 조금씩 월급을 높였다는 것에 안도하며 지냈었다.





시급 단위로 생활하는 조직 밖 노동자



조직 밖 노동자로 일하다 보니 돈의 기준은 월급이 아니라 시급이 되었다. 진행해야 하는 과업으로 받을 수 있는 돈과 내가 해당 과업을 진행하는데 투입되는 시간을 따져보게 되었다. 최저 시급 8,590원에서 기획력, 제작 능력,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 커뮤니케이션 시간 등을 고려했다. 또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일한 분의 강연을 들으며 다른 관점도 얻었는데,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과 휴일을 고려해서 시급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월급에는 대체로 주 5일에 주말 휴일이 끼어있지만 프로젝트 단위로 짧게 일하는 경우 휴일이 제공되지 않을 수 있고 그런 단위의 일이 계속 들어온다는 보장도 없다는 이야기. 이 상황적인 부분도 고려해서 시급을 책정해야 지속가능한 벌이가 이뤄지는 것이었다.



시급 단위로 노동을 생각하다 보니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가끔 중고도서를 판매해서 배송을 보내곤 하는데 이 푼돈을 벌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때 시급을 생각한다. 1권이 팔릴 때 최소 5천 원이 남도록 했고 책을 챙기고 택배예약을 걸고 편의점에 가서 택배를 부치는 과정이 20분 정도 걸린다고 생각했을 때 이 노동의 시급은 1만 5천 원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꽤 쏠쏠하지 않은가. 생각을 고쳐먹고 나니 이처럼 쉽고 편한 일도 없었다. 또 요즘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며 미팅이나 모임도 줌이나 구글 밋과 같은 화상 미팅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이동시간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이동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졌던 전과 달리 한 시간 거리의 장소로 이동할 때 왕복 교통비와 함께  최저 시급을 고려하면 최소 1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생겼다. 시급으로 돌아가는 사고 회로가 이처럼 삶을 조각내는 과정이라 구질구질하고 지치기도 한다.





당신의 시급은 얼마인가요?



그렇다고 해서 연봉, 월급 단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생각하면 아직은 아니다. 사실 단위만 다를 뿐 연봉도 월급도 시급이 모아져서 생겨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역으로 월급과 노동시간을 대략적으로 나눠본다면 시급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게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내가 겪어온 조직의 경우 월급은 낮고 노동시간이 길며 야근 수당은 없었다. 실제로 내가 받은 월급과 일한 시간을 단순 계산해보면 시급이 9천 원도 안되었다. 아르바이트 업무에서도 1만 원 내외의 시급 자리를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러니 직장을 다녔던 나의 한 시간이 그렇게 힘들었구나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내 목표는 무슨 일을 하든 시급을 높이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1시간이 촘촘하고 밀도 있게 짜여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상황적으로 원하는 페이를 받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내 시급을 깎거나 낮추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일하는 당신의 시급은 얼마인지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혹시 궁금하면 한번 계산해보시길. 잠깐! 현타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시급을 확인하면 돌이킬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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